▲ 태풍 하이옌의 강타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중부지역 소식을 접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들이 13일 인천시 중구 유동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에 모여 고국의 태풍피해를 걱정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자, 라이자, 메리제인 씨./최민규 기자

“태풍으로 인해 처참해진 고국의 상황을 언론 보도와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어요.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네요.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이 답답할 뿐입니다.”

13일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메리제인(39·숭의동)·라이자(23·북성동)·루이자(28·금곡동)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피해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필리핀은 지난 8일 중남부지역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정부 집계 사망 1천789명·실종 82명·부상 2천582명·가옥 2천여 채 완파 등의 엄청난 재해를 입었다.

지난해 초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인천에 정착한 이들 세 여성은 태풍 발생 직후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현지의 친구들에게서 피해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메리제인 씨는 “너무 놀라 필리핀에 계신 부모님께 급히 전화부터 걸었다”며 “다행히 모두 무사하셨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이 많이 놀라신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임신 8개월의 만삭인 그는 태교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같이 고국의 피해 현장 사진과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메리제인 씨는 “아이들이 많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마음이 좋지 않다”며 “저와 같이 고국을 떠나온 이들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돕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갓 돌 지난 아이와 눈을 맞추던 라이자 씨 또한 고국의 태풍 피해를 얘기하면서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실시간 현지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모두 거짓인 것만 같다.

라이자 씨는 “세계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보내지고 있지만, 친지들이 살고 있는 피해 지역엔 아직 아무런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차편은 물론 당장 생존에 필요한 물과 옷도 없어 고통받고 있다며 간절하게 도움을 호소했다.

한국어가 다소 서툰 루이자 씨도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도와주세요”란 말만 반복했다.

우선 연락이 닿는 인천지역 교민들끼리 십시일반 성금을 모으고 있다는 그들은 자신들이 귀화해 살고 있는 한국에서 좀 더 많은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들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필리핀 이주민의 애타는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인천에는 이들과 같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2천419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각각 필리핀 알바이주, 마닐라시와 자매우호도시 결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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