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인천시가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수몰된 러시아 바리야크함의 추모공간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향토사학자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본보 11월 11일자 2면 보도>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천 방문 이후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침략전쟁의 산물이란 역사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쪽과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14일 시에 따르면 바리야크함 수몰 장병 추모비가 있는 중구 연안부두 내 항만공사 부지 1천300여㎡에 러시아 사원인 정교회를 건립하기 위해 항만공사와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시가 항만공사에서 부지를 임대하고 이곳에 러시아 측 재원으로 사원 형태의 추모공간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러시아 측에서 추모공간 건립에 따른 협조 요청을 받은 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책 사업 등을 고려해 인천은 물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사업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판단 배경은 푸틴 대통령의 인천 방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와 국립음악을 인천에 유치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시는 또 추모공간이 건립되면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바리야크함이 갖는 역사적 의미다. 더불어 시민 의사 공론화 과정을 무시한 채 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시가 공론화 과정을 배제한 채 추모공간 조성사업을 밀실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연대 사람과 터전 공동대표는 “러시아 측에서 역사에 대한 유감 표명도 듣지 않은 채 정치적 필요에 의해 추모공간 조성에 나섰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지역사회의 여론 수렴 없이 세금으로 조성된 부지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 또한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인천시는 반드시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04년에도 시가 중구 연안부두에 이들 바리야크함 선원을 추모하는 추모비를 건립해 러시아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자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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