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태영 수원시장

 마을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러 집이 모여 살면서 서로 왕래하고 이웃과 함께 마을의 일을 의논하고 해결하며 삶의 문화가 같은 공동체가 바로 마을이다.

지난 30여 년간 성장우선주의 정책논리로 인해 마을이 자연발생적으로 구성되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집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마다 이주율이 높고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가게 되면서 지역 정체성의 부재와 주민참여 부재라는 문제점을 낳아왔다

.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황폐해져가는 마을을 되살릴 수 있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을만들기가 아닌가 싶다.

마을만들기는 주민이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마을만들기는 주민과 주민 간 관계를 만들어가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이다. 수원에서 마을르네상스라는 정책브랜드를 만들어 마을만들기를 시작한 지도 3년을 넘어섰다.

삭막했던 마을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고 이웃 주민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함께 열어갈 마을의 미래를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교감하면서 마을의 희망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지금은 마을 주민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공동의 목적을 이루어내기 위한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즐기고 있다.

제일 먼저 노후된 주택지역, 생활여건이 열악한 도심 침체 지역을 새로 단장해 마을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기 시작했다.

지동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 시인인 고은 시인 등을 비롯한 문학가들이 지동 골목에 아름다운 시를 수놓아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었고 행궁동에서는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금빛합창단을 구성해 젊은 사람과 노인이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었다.

 또 인계동 다울마을, 영통 황골아파트 마을카페, 조원동 대추동이 도서관 등은 주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어 크고 작은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취약계층 및 다문화 가정 여성들의 자원을 활용하여 만든 조원1동 ‘마(을을 가꾸는)·돈(까스)·나(눔터)’는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지원하고 주민 간 소통과 나눔을 실현하는 마을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 마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실행해 공모사업에 참여했으며, 그 결과 3년 동안 총 332개의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수원시민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 6월 안전행정부 주최로 열린 제18회 지역경제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지역공동체 우수사례인 마을만들기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올해에는 전국 최초로 수원의 모든 행정동이 참여해 2013 수원 마을계획단을 운영하고 주민 손으로 마을의 비전·목표·사업을 주민이 주도해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등 한국형 마을르네상스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근린자치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9월에는 2013 마을르네상스 주간과 제6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를 개최해 전국의 마을활동가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지속발전 가능한 한국 마을만들기의 발전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희망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수원의 마을르네상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특정계층을 위한 마을르네상스가 아니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마을 주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고 마을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지금도 수원 마을르네상스를 보고 배우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원을 찾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원의 마을을 궁금해 하고 수원을 닮고 싶어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수원시민의 땀과 열정이 이루어낸 결과이다.

요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마을만들기가 한창이다. 사람들이 다시 마을을 주목하고 있다. 모든 문제의 답을 마을에서 찾고 있다. 마을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는 혼자서 결코 만들어 질 수 없다. 마을만들기는 이웃과 함께 좋은 길을 만들어 가는 긴 여정이다. 조금 천천히, 더디 가더라도 내 이웃과 함께 가자.

어려운 문제는 머리를 맞대어 함께 고민하고, 즐거운 일은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며 수원 마을르네상스의 주춧돌을 견고히 해 힘차게 도약하자. 우리에게는 가족처럼 함께하는 이웃이 있고, 희망 가득한 마을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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