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에게 인사할 때 대개는 이런 말로 축하를 하게 됩니다. “두 분 정말 행복해보이시네요. 축하드립니다. 아름다운 가정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이 정도면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자리에서 “그런데 신랑 되시는 분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그 사람하고는 잘 안 되었어요?”하는 식으로 인사를 한다면 어떨까요? 매우 어색한 분위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오는 대로 말을 한 것 같지요. 정말 눈치 없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결혼에 불만을 품은 사람으로 보일만 합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잘 하고 싶고, 대화를 하면서 관계가 더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실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와는 반대로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화가 왜 이렇게 엇나가게 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내용 자체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용의 문제라고 하면 화제 자체를 잘못 선택해 말이 엇나가는 경우를 말합니다. 보통의 경우 대화하면서 미리 화제를 정해 놓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 대화를 해 나가면서 목적이나 대상·상황에 맞추어 화제를 이끌어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서로 맞지 않으면 대화가 어긋나게 됩니다. 유대인들의 격언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아침에 큰소리로 그 이웃을 축복하면 도리어 저주같이 여기게 되리라.”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적절한 상황이 아니면 욕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주제를 선택하면 대화가 잘 될까요? 화제는 일단 같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잘 알 수 있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화제로 꺼내서는 대화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또 상대방은 관심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같은 화제로 계속 말하는 것도 대화를 엇나가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한때 유행했던 유머입니다.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세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군대 이야기, 또 하나는 축구 이야기, 마지막 하나는 뭔지 아시겠지요? 바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랍니다.

 여기서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중요합니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흥미로운 주제인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자주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하는 상황에 알맞은 화제를 꺼내는 것입니다. 유대인의 격언에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마음이 상한 자에게 노래하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음 같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큰 괴로움과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대화가 끊어지거나 엇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목적은 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 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내용을 억지로 말하도록 강요하거나,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판단을 하는 것도 서로 대화가 엇나가도록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그렇다면 상대방한테 좋은 인상을 주려면 어떤 화제를 꺼내는 것이 좋을까요? 세계적인 언어학자 하야가와 박사는 “‘나는 세 번 실패한 적이 있다’는 말과 ‘나는 실패자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결과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명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원한다면 상대방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세 번 이상 나오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좋아요, 그러네요. 맞아요.” 이런 말들이 나올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면서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만 있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화제를 선택하는 것은 대화 자체 뿐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되 상황에 맞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느낄 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가정·회사·친목모임 등에 가장 잘 어울릴 만한 화제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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