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설문조사나 분야별 10대 뉴스 등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습니다.

2013년 올해 전 세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영어 단어가 바로 ‘404’로 조사됐다는 것입니다.

‘404’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검색을 할 때 HTTP 에러 코드를 이르는 말인데 ‘Not Found(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주로 쓰입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빌면 ‘특정 종류의 인터넷 오류를 표시할 때 사용되는 HTTP 응답 코드’를 뜻합니다.

조사를 수행한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GLM)’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언어 조사기관입니다. 인터넷·블로그·소셜미디어와 7만5천 개의 인쇄·전자 매체를 추적해 최신 경향을 분석하는 것이 주된 일입니다.

이번 조사는 약 18억 명의 영어권에서 활동하는 온·오프라인 미디어를 대상으로 영어 사용자들이 최소 2만5천 번 이상 사용한 단어·어구·이름 등을 분석해 순위를 발표한 것입니다.

2위는 fail, 즉 실패라는 뜻의 단어가 차지했는데 인터넷 오류와 관련된 말이 1, 2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하는군요.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의 폴 페이예크 대표는 이러한 결과를 사회현상에 빗대어 ‘현대의 사회 시스템이 곤경이나 실패에 빠진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하는군요.

3위는 트위터에서 주로 쓰이는 hashtag(해시태그, 주제어를 나타내는 '#'), 4위는 교황의 트위터 공식 계정인 @Pontifex로 조사되었고, 또 surveillance(감시), drones(무인기), deficit(적자), sequestration(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이 차례대로 5위에서 8위에 올랐습니다.

1년간 가장 많이 쓰인 단어와 더불어 가장 많이 사용된 어구(Phrase)도 함께 조사해보니 사회에 해로운 정치를 뜻하는 ‘유독성 정치(toxic politics)’가 1위를 차지했더군요. 미 연방정부 셧다운(federal shutdown)은 2위로 선정됐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작년에는 ‘강남스타일(Gangnam Style)’이 가장 많이 쓰인 어구로 꼽혔었지요. 그리고 인명과 기관명 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이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미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Obamacare)’, 3위는 무차별 감시로 비난을 산 미 ‘국가안보국(NSA)’, 4위는 NSA의 도청 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선정되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이 1년 동안 가장 많이 쓴 단어와 어구 그리고 인명과 기관명을 살펴보니 2013년 한 해에 화제가 되었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군요. 저는 이 보도를 접하면서 개인들도 올 한 해 가장 많이 썼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많이 썼던 단어나 표현이 우리가 올 한 해 걸어온 삶의 여정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긍정적인 말이 많았는지 부정적인 말이 많았는지 분석해보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데뷔 30주년 기념 음반을 낸 인기가수 김종환 씨와 몇년 전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백년의 약속’ 등 히트곡 거의 모두가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담은 긍정적인 가사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람이 늘 행복할 수만은 없겠지요. 저도 데뷔 이후에 정말 갖은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가수는 자기 노래 가사처럼 된다는 말 아세요? 긍정적인 노래를 부르면 잘 풀리는 것을 저는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노래를 국민들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했고요.” 한 번쯤 곱씹어봐야 할 이야기입니다.

말이 씨가 됩니다. 가수 이적과 개그맨 유재석이 함께 불렀던 노래 ‘말하는 대로’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전략)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 보기로 했지/마음먹은 대로 생각한대로 할 수 있단 건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후략)’

말하는 대로 됩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는 말이 여러분의 인격이고 또한 여러분의 미래가 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올 한 해 가장 많이 썼던 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말이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돌이켜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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