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犯罪學)이라는 학문이 있습니다. 1870년대에 프랑스의 인류학자 토피나르(Paul Topinard)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개념인데 범죄의 발생과 그 원인, 그리고 대책을 탐구하는 학문분야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에서 범죄학의 권위자 한 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 내용 중에 흥미로운 것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모든 범죄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발생 동기가 무엇이냐’는 저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문제’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러면서 “모든 범죄의 원인 중 약 90%가 ‘잘못된 소통’에 기인한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범죄 동기 이면에는 대부분 ‘소통(疏通)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혹은 오류(誤謬)가 범죄까지도 부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니 오싹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소통의 기본이 되는 것이 대화입니다. 표현의 오류가 대화의 걸림돌이 됩니다. 지난 시간에는 ‘경고형 화법(명령·강요·위협 등)’은 상대방의 반발을 부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명령 대신 요청이나 부탁의 표현을 써야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걸림돌이 되는 화법 두 번째는 ‘훈계(訓戒)형(설교형) 대화’입니다. 존경하는 분들께 가르침을 듣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만 일상적인 관계에서 훈계조의 대화가 나오면 매우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훈계나 설교는 의무감이나 죄책감을 느끼도록 강조하는 것이고, 상대방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자신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렇게 훈계형으로 말을 하면 상대방은 자기를 낮게 평가한다고 느끼고 자기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고집을 부리게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러한 대화는 자신이 상대방을 낮게 생각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만을 전달할 뿐, 아무런 소득이 없고 대화만 단절시키게 되고 맙니다.

아마 여러분 주변에도 이런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친구들끼리 말하면서도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훈계만 하는 친구들,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유형입니다. 걸림돌이 되는 화법 세 번째는 ‘논쟁(論爭)형 대화’입니다.

논쟁형 대화는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거나 논쟁을 벌이는 것인데 논리적인 설득이나 논쟁은 정치나 학문의 세계뿐 아니라 갈등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대화입니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러이러한 관점에서 생각을 좀 해봐.”라든지, “그런 식의 생각은 윤리적 기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니까.”하는 식의 표현을 하면 상대방은 “내가 이런 생각도 못한다고 판단하고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자신을 무시한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느끼게 되면 오히려 더 방어적으로 반론을 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화에 자존심을 걸게 되고, 이기겠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하고 있는 말을 무시하려고 들거나, 아예 안 들으려고 하도록 만들고 혹 듣는다 해도 상대방에게 반박할 논리를 생각하면서 듣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꼬치꼬치 캐묻는 스타일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논쟁적인 대화입니다. 예를 들어 “이거 참 좋다.” 그러면 “그게 왜 좋아?” 그래서 “내 맘에 드니까”라고 말하면 “왜 네 맘에 들어?” 이런 식으로 말끝마다 캐묻기를 하면 이것 역시 결국은 대화를 엇나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의문문도 상대방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부담을 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합니다.

남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훈계형 대화’, 마치 싸움을 거는 듯한 ‘논쟁형 대화’ 모두 바람직한 대화의 걸림돌이고 소통을 가로막는 화법입니다. 피해야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주변에서 훈계나 논쟁의 말버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고쳐야 할 부분을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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