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교 인천시 남동구청장
 우리는 흔히 이웃나라 일본을 말할 때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 반도 동쪽에 위치한 이웃 나라일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일본은 과거 삼국시대 백제를 비롯해 많은 우리 선조의 문화적 영향을 상당히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나라의 국민적인 정서는 우리나라는 대륙기질, 일본은 섬나라기질의 차이를 부정할 수 없고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저질러온 수많았던 침탈행위로 일본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반감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치는 가깝지만 마음만은 서로 먼 나라이기 때문에 아마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표현이 우리 입장에서 본 일본을 말하는 대표적인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구촌시대 이웃나라 일본과의 양국관계가 지금보다는 진일보된 우호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할 즈음이면 일본은 어김없이 도가 지나친 우경화로 양국의 관계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망언이나 행동을 애써 만들어 제공한다.

과연 일본이 세계 G3에 걸맞은 정신문화를 갖고 있는지 지배층의 인식과 사고에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며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로부터 역사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가를 위해 죽은 영령들에게 참배하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국가를 위한 희생자들에게 참배하지 못하는 나라가 일본 말고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앞뒤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의 입장만을 본다면 물론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잘 아다시피 과거 일본제국과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들이다. 전쟁이 끝난 후, 이 두 국가는 전쟁을 일으킨 그 자체로 책임을 져야하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일본 제국과 나치 독일 다음으로 이어지는 일본과 독일연방공화국의 태도는 매우 다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그리고 옛날 브란트 총리는 유태인들에게 지속적인 보상을 하고 있고, 매우 반성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 정부는 오히려 위안부·강제징용 등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오히려 정치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며, 식민 통치를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두 국가들은 이런 차이를 보일 수가 있을까?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걸까!
과연 위안부 할머니들은 꽃 같은 젊은 시절을 다 빼앗긴 채 단지 죄송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1천 번 넘게 시위를 하셨을까? 지금의 일본은 우경화가 가속화 되어 가고 있으며, 오히려 일본 총리는 군국주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심지어 위안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 통치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반인류적인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보상은커녕 사죄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국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선대의 비장한 희생을 떠올리게 해 ‘민족 영광의 역사’를 되살리려는 기억의 장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역사 왜곡 교과서 파동,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군사력을 가진 강한 국가로 가고 있는 21세기 일본국가의 생존 전략과 맞물려 분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금의 일본의 우경화는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앞으로 우리는 일본의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 정부가 일본의 전방위적 방해 공작 행위에도 일본해와 동해를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한 고무적인 일이 있었다. 모두가 길게는 무려 수십 년 전에 우리나라를 떠난 교민들의 열정과 노력의 쾌거였고 그분들의 노고에 머리숙여 감사를 드리고 싶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생각났고 동포애로 가슴이 뭉클했다. 반면 지금의 우리나라 안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와 중국패권주의에 대한 시각도 일부에서는 좌우 진영 논리를 대입해 서로 상반된 입장차까지 보여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과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연일 일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판을 의식해 저들의 태도가 변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치 않다면 우리가 더 빠르게 변화무쌍한 주변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넓은 혜안과 역량 배양이 요구될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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