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을 가르고 파헤치는 것도 모자라 세균까지 주입하며 온갖 생체실험을 일삼던 일제의 ‘731부대’.

이 부대에서 열여섯 살 어린 나이부터 복무하면서 수많은 중국인 포로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생체실험을 저지른 당사자였다고 고백했던 요시오 시노주카(1926년생)란 일본인이 있었다.

그는 1973년 열린 전범재판에서 “731부대원들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그는 1998년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해 ‘2차대전 당시 아시아의 잊혀진 대학살’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은 시카고 오헤어공항으로 입국하던 그를 추방했다. 미국 법무부가 1996년 12월 공식 지정한 입국금지 리스트(Watchlist)에 올라있는 일본 전범 혐의자 16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 리스트의 일본 전범 혐의자 숫자가 당시보다 2배가 넘는 35명으로 늘어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더욱이 이 중 요시오 시노주카처럼 악명 높은 731부대원으로 복무한 이들만 20명 정도로 일부는 난징대학살까지 만행을 계속한 인물들이란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온갖 전쟁범죄를 일삼았던 일본의 만행을 거세게 비난하며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이례적으로 거침없이 맹공을 쏟아부은 속내 중에는 역시 천인공노의 대상인 731부대에 대한 공분도 가득 담겨진 탓일 게다.

아직도 몸서리치는 731부대의 그 처참한 만행 등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의 객관적 사실을 결코 들춰내지 않는 그네들 속에서 수년 전 한 연약한 일본 여인이 용기있게 속죄의 눈물을 담아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무려 7년간 우익파의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구체적 사실 검증 과정을 거쳐 다큐멘터리 ‘부끄러운 침묵’을 제작했지만 단 1초도 일본 내 상영관 어디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들의 나락 끝 비굴함을 말이다.

비록 미국이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구체적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나머지 전범 혐의자 중 상당수가 위안부 문제의 주범이라니 우리 정부는 그 명단을 확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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