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비관하며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지 2개월도 안 돼 또다시 인천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70대 노모와 장애인 아들이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숨진 모자는 월세집에서 일정한 직업 없이 월 50만 원이 안 되는 기초생활수급비와 후원비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최근의 잇따른 자살과 그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태도는 우리나라 복지제도와 사회안전망의 취약성,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가장 큰 목적은 빈곤의 예방과 제거에 있다. 소득이 중단되거나 예외적인 지출의 발생으로 빈곤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방지하고, 이미 빈곤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최저한의 생계를 보장해 줌으로써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인 것이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의 대부분은 취약계층이고, 우리나라가 생각만큼 절대빈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도 정부가 빈곤 감소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 취약계층의 경우 4대 사회보험 논리로만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을 좀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경제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을 뿐 아니라 자살사망률은 1위를 차지하는데, 그 주요 동기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국가정책인 사회안전망의 제도나 운영 부실로 인해 불행한 국민이 계속 늘어난다면 정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복지통합안전망을 통해 4년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중지시킨 인원이 20만 명에 달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긴급복지사업은 수년째 편성한 예산조차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예산의 실집행률이 낮은 이유는 긴급히 보호해야 할 가정을 발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117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의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위기가정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발굴에 실패한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퍼주기식 복지보다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실직과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오는 마음의 불안을 해소해 주는 생활안전 보장이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복지정책이다. 사회복지와 보장의 확충을 통해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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