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서구 도서관 종합자료실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조병석 객원기자 cbs@kihoilbo.co.kr
아담한 외형에도 24년이란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시서구도서관. 고즈넉한 동네 풍광과 어우러지는 서구도서관이 자랑하는 특화 프로그램은 ‘인문학 강좌’다.

요즘 어지간한 교육기관들에서는 대부분 시도하는 ‘인문학 강좌’지만 서구도서관은 5년여 전부터 현대철학부터 동양철학, 문학과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지역민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부분 저녁시간대에 진행되는 평균 4~8회의 중·장기 강좌인데다 해당 분야에서 손꼽히는 강사를 초빙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구도서관은 연중 7~8차례 이어지는 인문학 강좌를 계획하면서 불특정 다수가 만족할 만한 강의 주제를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해당 시점의 이슈와 지역민들의 관심거리도 주요한 선정 기준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에는 ‘고전읽기 장자(강사 김시천)’, ‘사진일기에 담아보는 내 안의 풍경(서은미)’, ‘너의 지젝을 즐겨라!(민승기)’, ‘세계문학 다시 읽기(이현우·정여울)’, ‘청소년이여, 철학하라(허경)’ 등 대중적이면서도 인문학의 전문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사랑받았다. 모두 8개의 프로그램, 29차례의 강좌에 1천366명의 지역주민과 청소년이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이달 말까지는 올해 두 번째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인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이 계속된다. 허경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가 강사로 나선 해당 강좌는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들뢰즈 등 대표적인 프랑스 사상가들의 철학적 맥락을 짚어보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총 8차례의 강좌로 최근의 6회 강좌까지 매회 50여 명의 수강생들이 몰려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수강생 조용만(49)씨는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있다”며 “저녁 강좌를 듣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의 욕구는 물론, 프로그램의 내용도 고전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철학까지 아우르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서구도서관 관계자 또한 “인문학 강좌는 ‘책과 독서’로 대표되는 도서관 이미지를 확장,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내면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지속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양질의 강의와 전문가 섭외로 인문학 강좌가 꽃피는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기존 딱딱한 이미지를 ‘생활 속 도서관’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돋보인다.

지난해 서구도서관은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로 여는 무지개 세상’을 운영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올해도 진행되는 무지개 세상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동화구연법과 교습법을 교육하고, 이후 도서관 내 ‘무지개 동화나라’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하게 하는 등 사회 참여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강의를 40회차로 확대함으로써 프로그램의 난이도를 세분화한다는 계획이다. 방과 후 강사 등의 직업과 연계하려는 목표에서다.

이 외에도 지역단체가 주최하는 초록장터에 참여� ‘알뜰도서 교환장터’를 주도하거나, 지역 내 병원이나 아파트를 찾아 진행하는 ‘마술과 함께 꿈과 희망 가꾸기’, ‘동화 속 클래식’ 등도 생활 속 도서관을 꿈꾸는 서구도서관의 일면이다.

서구도서관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열린 도서관, 이용자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자료 확충과 독서문화 진흥 등의 도서관 기본 업무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사회 구현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권하고 싶은 책 /인천시서구도서관 사서 조은미

   
 

빗물과 당신
한무영·강창래 지음. 알마. 2011년.
2010년 10월 13일 서울대학교에서 물맛 시음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수돗물 6표, 빗물로 만든 식수 23표, 병물이 7표로 빗물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도 우리나라에서만 상식으로 통하고 있으며 모든 비는 산성이지만 땅에 떨어지면 중성과 알칼리성으로 변하므로 비를 맞아 머리카락이 빠질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은 빗물’이라고 주장하는 서울대 빗물연구소 한무영 교수와 최근 「책의 정신」을 발간하며 비판적 책 읽기를 강조하고 있는 작가 강창래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 만나 빗물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깨고자 노력한다.

   
 
‘빗물과 당신’이라는 제목은 산성비 괴담에 주눅 든 당신(!)과 빗물의 행복한 관계가 회복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표현한 듯하다.

얼마 전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다 갑작스러운 비를 만났다. 예전 같으면 인근 편의점에서 비닐우산이라도 사서 써야 마음이 놓였을 텐데 이 책을 접한 후 우아한 빗속의 여인이 돼 여유롭게 집으로 걸어올 수 있었다.
책의 힘, 정확한 정보의 힘이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새삼 절감하며 이 책에 소개돼 있는 환경문제, 산성비에 대한 반대되는 주장이 실린 관련 도서도 함께 읽어 보면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책 속 한 문장
공학자들이 강을 다스리려는 시도는 자연과 함께할 때, 자연의 요구에 순응할 때만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함께 추천하고 싶은 책들
문명의 엔드 게임(1·2)/데릭 젠슨 지음. 황건 옮김. 당대. 2008.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윌리엄 브로드, 니콜라스 웨이드 지음. 김동광 옮김. 미래M&B. 2007.
회의적 환경주의자/비외른 롬보르 지음. 홍욱희·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2003.

‘콩콩 책읽기’ /㈔어린이도서연구회 인천서구지회 대표 강진옥

   
 

“엄마, 나 암말 않고 가만히 책만 볼게.”
올해 2학년이 된 건수가 엄마를 애절한 눈빛으로 보며 말한다. 고만고만한 예닐곱 아이들 틈에서 건수가 웃자란 화초같이 보였나 보다. 건수어머니가 동생 건희의 ‘콩콩 책읽기’를 하는 동안 어린이열람실에서 혼자 책을 읽으라 한 것이다.

“어머니, 그러셔도 돼요. 예전에도 3학년이 되도록 나온 아이도 있었어요.” 책을 읽을 때 톡톡 터지는 건수의 반응을 재미있어 하던 책읽기 선생님의 말에 건수의 표정이 환하다. 마지못해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건수는 서구도서관 유아실 ‘콩콩 책읽기’ 아이들 속으로 쏙 끼어든다.

건수가 이렇게 좋아하는 콩콩 책읽기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책읽기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 앉혀 놓고 아이들이 오는 길에 만났다는 민들레 이야기도 들어주고, 질세라 꺼내는 개나리 이야기도 들어준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끝나면 책을 아이들 앞에 펼쳐 들고 엄마가 읽어 주듯 자연스럽게 읽어 준다.

읽어 주는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보통 엄마가 읽어 줄 때보다 한 박자 더 느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책읽기 선생님이 책 읽는 중간 중간 아이들이 내뱉는 소리를 놓치지 않고 되짚어 주는 것도 알아차릴 것이다. 읽어 주는 내용과 그림을 충분히 느끼도록, 자기의 경험에 비춰 보고 자기만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이 평범한 듯 보이는 책 읽어 주기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추구하는 어린이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최선·최고의 방법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이라는 기치 아래 바람직한 어린이책 문화환경을 가꾸는 활동을 한다. 회원들은 어린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책을 읽어 주고 함께 읽는다. 어린이를 책과 멀어지게 하는 독서교육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콩콩 책읽기는 ㈔어린이도서연구회 인천서구지회 출판모둠의 회원들이 자원해서 하는 활동이다. 활동가들은 매주 화요일 서구도서관에서 모여 어린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또 콩콩 책읽기 같은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위해 책 읽어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읽어 줄 책을 고르기 위해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2년을 한결같이 오는 건수, 건희, 동우, 윤지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자기 눈으로 책을 보고, 자기의 말로 자기의 마음을 이야기하는지를 보면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의 고민과 노력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늘도 활동가는 이번 주에 읽어 줄 책 「흰 쥐 이야기」를 들고 중얼중얼 몇 번을 반복해 읽고 보고 있을 것이다.

<서구도서관 2014 상반기 평생학습 프로그램>
▶유아 프로그램
그림책 미술놀이터(6~7세)
신나는 영어나라(6~7세)
또랑또랑 동화구연(6~7세)
▶아동 프로그램
꿈꾸는 책가방(초등 1~2년)
어린이 과학교실(초등 1~4년)
이야기 한자서당(초등 1~3년)
사고력 독서논술(초등 3~6년)
한국사 이야기(초등 4~6년)
토요특강-펀펀 스토리 수학(초등 1~2년), 쿡쿡 스토리 동화(초등 1~2년)
▶청소년 프로그램
청소년 독서회(중학생)
▶성인 프로그램
똑똑한 역사 북아트
사고력 독서지도사
행복한 독서클럽
마음을 여는 글쓰기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문의:☎032-585-7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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