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안산 단원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진도 여객선 사고 탑승학생들의 학부모들이 학교측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안산=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안산단원고등학교 수학여행단 340명 등 탑승객 462명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침몰사고 피해가 가장 큰 단원고 학내는 온통 슬픔에 빠졌다.

이날 오전 단원고교 4층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 학생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속속 몰려든 400여 명의 학부모들은 실종자가 많다는 소식에 오열하면서 일부는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또 전체 학생과 교사 340명(여행사 직원 포함) 가운데 78명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인데다, 2학년 4반 정차웅 군 등 4명이 숨지고 294명이 실종된 상태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교는 하루종일 충격에 휩싸였다.

오전 한때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일부 언론의 오보로 많은 학부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후 사망자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면서 학부모들은 오열하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 측이 안산시청 및 교육지원청, 해양경찰청 등과 소통 부재로 학교에 마련된 상황실이 제 기능을 못하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때문에 소식에 답답해하던 한 학부모가 학교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과격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학부모 김모(46)씨는 “지금 언론에는 승객 절반 이상이 구조되지 못하고 선실에 남아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 학교 상황실에서는 전원 구조됐으니 안심하라 했다”며 “도대체가 누구 말이 맞는지, 상황실은 대체 뭐하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학교 측은 급하게 상황실 벽면에 학생 명단이 적힌 구조 현황판을 내걸고 구조된 학생들을 구조, 부상 등 색깔로 나눠 표시하자 학부모들은 현황판에 모여들며 ‘우리 아이’가 구조됐는지 등의 생사 여부 확인에 목매기도 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의 구조를 확인한 일부 학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구조 표시 없는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 오열했다.

또 학생과 통화가 된 학부모 김모(46)씨 주변으로 연락이 두절된 같은 반 학부모들이 모여 학생들의 생사를 물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오자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생존 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학부모 장모(44)씨는 “일 다 내팽개치고 왔다.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이 사고로 하루 휴교에 들어간 이 학교에는 휴교 통보를 받고 귀가하는 학생들도 눈물을 흘리며 교문을 나서는가 하면, 일부 학생은 걱정되는 마음에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선후배의 생존 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3학년 이모(18)양은 “친자매처럼 지내는 후배가 있는데 사고 후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다. 제발 살아있기만을 바란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안산시는 이날 정오부터 학교 측에 45인승 버스 9대를 지원, 학부모들을 싣고 진도로 향했다. 이 중 1대는 구조된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빈 차를 보냈으며 추후 모든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 구조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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