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큰 차이가 납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말을 해야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대화하는 것 가운데 주어를 일인칭(一人稱)인 ‘나’로 시작하는 ‘나-전달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너-전달법’도 있습니다. I-message를 ‘나-전달법’, You-message를 ‘너-전달법’으로 번역(飜譯)한 말입니다. 주어를 ‘나’로 시작하는 것이 ‘나-전달법’, ‘너’로 시작하는 것이 ‘너-전달법’입니다.

어떤 문제 상황이 생기면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나’는 빼고 상대방인 ‘너’ 중심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로 시작하는 말은 상대방에 관한 일을 직접 상대방을 주어로 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너-전달법’은 문제 상황에서 ‘내 탓이요’가 아니고 ‘너’에 초점을 맞추고 ‘너’에 관한 ‘나’의 판단이나 경고나 비평을 하는 경우에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너 왜 그 모양이니?” “당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너 정말 그만두지 못해?” 이런 식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하는 말 가운데 가장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 바로 명령문(命令文)입니다. 예를 들어 “문 열어”라고 한다면 자기는 말만 하는 것이지만,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몸을 움직여서 문을 여는 행동을 하라고 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힘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고,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은 별로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명령뿐 아니라 경고, 협박, 훈계 같은 말들이 모두 ‘너’를 주어로 가지고 있습니다. “너 말로 할 때 빨리 밥 먹어.” 이런 경고나 “너 그럼 혼내 줄 거야” 같은 협박, “너 그렇게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면 안 돼.” 이런 훈계도 모두 ‘너’가 주어로 사용됩니다. 만약 이렇게 ‘너-전달법’으로만 피차 말을 하면 대화가 진행될수록 둘 사이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어를 ‘나’로 바꾸는 것이 바로 ‘나-전달법’입니다. 상대방인 ‘너’의 문제를 ‘나’의 관점(觀點)으로 바꿔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상대방의 체면(體面)이 손상되지도 않고, 자신의 심정이나 상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전달도 확실히 할 수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대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아빠가 지금 피곤한 상태인데, 아이가 계속 함께 놀아 주기를 바라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대개는 “너 지금 아빠 피곤한 거 안 보이니? 네가 아무리 철이 없어도 피곤한 아빠한테 자꾸 놀아 달라고 하면 안 되지”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것이 ‘너-전달법’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나-전달법’으로 바꾸면 “지금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놀아 줄 수가 없구나.” 정도가 될 것입니다. 비교를 해 보자면 이렇게 ‘나-전달법’으로 말을 할 경우 아이는 “아, 지금 우리 아빠 피곤하시구나”하고 받아들이는데, ‘너-전달법’으로 말을 하면 “난 아빠가 피곤한 것도 모르고 놀아 달라고 하는 나쁜 아이구나”라고 받아들여서 자존감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나-전달법’은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요소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상대방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항상 그랬다거나, 절대로 안 한다거나,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것처럼 비난이 섞이거나 극단적인 표현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그 행동이 주는 영향을 밝히는 것인데 이때 아주 구체적으로 영향을 이야기하면 왜 그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끝으로 세 번째 단계는 상대방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을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당장은 강하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분노의 감정이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나-전달법’을 사용하면 일단 나 자신의 마음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도 변명을 하려고 하거나, 반감을 가지고 저항하거나 공격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게 됩니다. 이때 비로소 대화가 협동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너-전달법’보다 ‘나-전달법’을 사용하는 대화법 훈련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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