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승환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이 있으면서 다리가 당긴다면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한 보고에 따르면 전 인구의 40% 이상이 잠시나마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허리디스크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어 나이가 들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며 한창 성장 중인 청소년들이나 성장이 막 멈춘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는 허리디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평소 진료를 하다 보면 “평소 허리가 아팠는데 훈련을 잘 받아낼지 걱정된다”, “평소 건강하던 자녀가 군대에 간 뒤 허리가 아프다고 해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호전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는 등의 이유로 아드님과 함께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남자 10~20대의 허리디스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인하대병원 신경외과교실(윤승환 교수 등)에서는 서울 19세 남자들 중 징집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고자 내원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허리 상태에 대한 진찰을 하고 허리 통증을 경험했던 경우 영상의학적인 분석을 통한 ‘19세 남자에게서 허리디스크 유병 상태’를 조사해 봤습니다.

 이들 중 132명(55.7%)에게서 여러 부위의 허리디스크가 발견됐습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요추 4~5번이며 이는 다른 연령에서 관찰되는 부위와 다르지 않은 비율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10~20대의 허리디스크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 우리나라에만 특수하게 있는 징병검사를 통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광범위한 조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약간의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 등이 있어도 병원 접근이 그리 쉽지 않으며, 대개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병원 접근이 쉬우며, 아주 가벼운 통증 등도 자가 치료나 자연 회복 시간 없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이번 검사기간에도 직접 병원에서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고 사진 등을 가지고 내원한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우리나라 청소년기들이 대학 입학을 위한 과도한 공부에 따른 턱없이 부족한 운동시간으로 몸은 과거보다 커지고 외관적으로는 튼튼해 보이지만 척추건강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허리에 디스크의 변성은 개인차나 생활 습관 등이 중요하지만 허리에 디스크가 있다고 해도 허리 주변 근육이나 복근이 단단하고 비만하지 않다면 대개 약간의 통증이 있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가 예전보다 칼로리가 높은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고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허리에 체중은 과부하가 되고 근육은 약해져 있는 상태로 허리디스크의 발생 자체가 증가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자녀들의 허리 건강을 지켜 줄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단 모든 의학칼럼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비만을 유발하고 지방 성분이 많은 패스트푸드를 줄이는 것입니다. 근육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성분이나 뼈에 좋은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허리에 좋은 운동을 하는 것인데, 보폭을 크게 해서 걷거나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나 수영 등이 좋습니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축구·농구·야구 등 구기운동은 전신건강에는 좋지만 운동 중 부딪히거나 갑자기 자세를 바꾸다가 허리에 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운동이기 때문에 운동 전 10~20분, 운동 후 10~20분은 전신 스트레칭을 통해 몸 주변의 근육에 순간적인 무리가 발생하지 않게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공부 중에는 책을 눈높이보다 약간 20도 정도 시야로 보는 것이 중요하며, 고개를 너무 숙이거나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거나 아니면 엉덩이를 앞으로 뺀 상태에서 등을 기대는 자세, 다리를 꼬는 자세는 허리 건강에 좋지 못합니다.

허리 통증과 다리 통증이 호전되지 않으면 가까운 척추전문가를 방문하시는데 대개 70% 정도는 약물이나 짧은 기간의 물리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됩니다. 다행인 것은 이런 10~20대의 허리디스크는 추간판 변성이 그리 심하지 않고 뼈에 퇴화가 많지 않아 피부 절개 없이 고주파 수핵 흡입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