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중학교 교사인 제 아내의 제자 이야기입니다. 수영이(가명)는 비록 최고는 아니었지만 학업 성적도 우수한 편이고 미술에도 재능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S대학교는 예체능 계열도 실기만 뛰어나서는 합격이 어렵습니다. 공부도 어느 정도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수영이에게 “너는 공부도 잘하고 재능도 있으니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S대학교에 충분히 갈 수 있겠다”라고 격려를 해 줬다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그 이듬해 아내는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 학생에 대한 이야기도 잊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수영이에게서 전화가 갑자기 걸려왔습니다. “선생님! 저 선생님 말씀대로 S대에 입학했어요.” 알고 보니 미술 관련 학과가 아니라 건축학과에 입학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아내에게 자세히 물어보니까 그 학생은 중학교 당시에는 공부로 S대에 갈 실력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영이는 자기 담임선생님이 S대에도 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하니까 “나는 그 학교에 갈 수 있다. 나는 그 학교에 갈 것이다”라는 믿음이 생겼고,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해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하더랍니다.

[에피소드 #2] 이번에는 어느 미술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매우 어렵게 사셨던 이분은 당연히 미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 미술 수업시간에는 크레파스를 준비하지 못해 친구 것을 빌려 써야만 했습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가을의 풍경’을 그려 보라고 하셨습니다. 이분은 크레파스를 빌려 써야 했던 터라 가능한 한 적은 색으로 그릴 수 있도록 ‘감’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그림이 잘 되지 않아서 처음에는 작게 동그라미를 그렸던 것이 몇 번을 망치고 나서는 도화지를 거의 다 차지할 만큼 커지게 됐고 색깔도 주황색이 주류를 이루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도화지 전체가 주황색 계통의 색으로 칠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윽고 주어진 시간이 다 가고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그림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을 그렸고, 다른 아이는 넓은 들에 누렇게 익어 가는 벼를 그렸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작품을 보면서 지나가시다가 주황색으로만 이뤄진 이분의 그림을 드디어 보게 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묻습니다. “무엇을 그린 것이니?” “(풀 죽은 목소리로)감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을 물끄러미 보시던 선생님은 그 학생을 일으켜 세우시더니 학생들 앞에서 이렇게 칭찬을 하셨습니다. “얘들아! 잘 보거라. ○○이는 ‘감’의 단면을 이렇게 표현했구나. 사물을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거란다. 참 독창적이지 않니? 잘 그렸으니 다함께 박수쳐 주자꾸나.”

장난으로 그렸다고 야단 맞을 줄 알았던 이분은 칭찬을 받고 나서 정말 본격적으로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미대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는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해 모 여고에서 미술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그린 그림이었지만 장난쳤다며 비난을 들었다면 아마도 다시는 미술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것입니다.

[에피소드 #3] 어느 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분은 어린 시절, 지역의 대표 말썽꾸러기였다고 합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크고 작은 사건에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니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심부름을 시키시더랍니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고 기억을 하시더군요. 교무실의 다른 선생님께 물건 전해 드리기. 심부름을 다녀왔더니 담임선생님께서 “수고했어. 일 좀 하는데?”라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꾸중만 듣던 아이가 모범 학생의 전유물인 ‘선생님 심부름’을 한 것만도 영광인데 칭찬까지 받으니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고 회상하시더군요.

그 이후로는 선생님께 더 많이 칭찬을 받고자 학교생활도 더 열심히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올라 결국에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의 노력으로 교사가 돼 지금에 이르렀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스승의날입니다. 선생님의 권위는 점점 떨어지고 있고 공교육이 붕괴됐다며 염려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힘내십시오! 교사의 말 한마디가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학창시절 나에게 영향을 줬던 선생님의 말 한마디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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