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유착은 비단 해운 분야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반드시 이뤄 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주는 민관 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官)피아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 고위공무원에 대해서는 퇴직 이후 10년간 취업기간 및 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립니다.”

1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의 일부다. 대통령이 직접 ‘관피아’를 거론할 만큼 공직사회에 대한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천명했다. 그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관피아와 정(政)피아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듯해도 부정과 부패 그리고 무능을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작금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인천 지역사회는 어떠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관피아와 정피아는 쌍생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생명과 인권에 대한 사회적 준비도 없이 개발과 성장이란 모래성만 쌓아오다 不안전이란 파도에 한꺼번에 무너져 버린 한국사회의 심부를 보여 줬다.

그리고 어떤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는 철옹성이 모래성으로 전락한 데는 관피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관피아,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후배 현직 관료와 선배 퇴직 관료들이 서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형성된 은밀한 커넥션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챙기려는 시장권력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결국 봐주기, 눈감아주기 등의 민관 유착으로 이어져 부정과 부패를 양산한다. 동일한 부정부패의 메커니즘이 또 있다. 정피아다. ‘정치’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정치하다가 낙하산 인사가 된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주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때 대거 모습을 드러낸다. 해당 분야 전문성이 없어 무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관피아와 정피아는 과도한 정치권력과 관료체제가 낳은 산물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방자치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 관피아·정피아로부터 인천은 안전한가?
“문화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치스럽게도 권력의 시녀가 되기를 갈망해 정치권에 추파를 던져 온 일부 세력의 변신 이력은 번잡하다. 그 과정을 거쳐 적지 않은 이들이 ‘문화 권력’이 돼 온갖 파행을 저질러 왔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기는 정치권, 사회권과 진배없었다.” 인천의 한 언론에 실린 칼럼의 일부다.

최근 ‘인천광역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통과(5월 2일 개정)를 두고 말이 많다. 우선 수익사업의 범위를 넓히게 되면 재단이 민간시장까지 넘볼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재단이 문화예술시장에서 갖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면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다. 당장 부동산 임대, 각종 위·수탁 행사, 문화콘텐츠산업(출판·영화·음악·만화·게임·애니메이션·방송·광고·캐릭터·지식정보·콘텐츠솔루션) 등의 민간시장에 마음만 먹으면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적립기금 등 기본재산의 운용수익금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자칫 목적사업보다는 재단 구성원의 인건비 등 운영비를 충당하려고 기금을 깨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재단 설립의 애초 목적이었던 지역 문화예술 창달 및 그들에 대한 지원이 점점 등한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가 재정위기라면 인력 충원을 멈추는 등 경상비를 줄이는 한편 기금 적립에 나서야 함에도 노력한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이번 조례 개정이 일부 인사들끼리 추진됐다고 한다. 인천문화재단이 설립되기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이 들인 공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제반의 결과가 결국 선거 시기에 세운 공으로 낙하산을 탄 인사와 그 주변의 시장권력들과 협잡했기에 가능했던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인천도 관피아·정피아로부터 안전하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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