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에 일국의 재상(宰相)은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 해 그 권위를 칭송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무총리(國務總理)라는 자리는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과거에도 국무총리의 뒷모습은 늘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서 헌법적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무에 소신을 발휘하기에 제한이 많고, 심지어는 일개 장관보다도 존재적 의미가 부실한 바가 없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래로 국가기관이 보여 준 여러 가지 무능한 국정의 난맥상은 사실 그 책임의 소재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있다기보다는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에 있는 것이 정확한 해석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시는 바와 같이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국가의 정무를 일일이 챙기기에는 국가의 업무가 내외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장돼 있고,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업무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관점에서 내치에 관해 국무총리가 책임지는 국가경영이 합리적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0여 일이 지나서 사회적 패닉 현상은 부분적으로 벗어나고 있지만 국가 정무적으로는 국무총리 궐위와 전면 개각 등 불안정이 지속되고있다. 새 국무총리는 이러한 난제를 수습할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인사이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국가정무에 대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사의 발탁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시대다.

더욱이 ‘국가개조’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절체절명의 국정개혁과제를 내치(內治)로 뒷받침해야 하는 차기 총리는 박근혜정부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가 맡겨지는 중차대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부신뢰도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4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Index)’를 발표한 결과 정부신뢰도가 36개 나라 가운데 29위다. 전체 평균 39%에도 훨씬 낮은 23%이다.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 역시 25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더욱이 국민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민심의 표현은 지난 6·4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이제 새 국무총리의 등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명재상이 등장해 국민의 눈물을 씻어주고, 국가사회적 불안정을 걷어주고, 안보적 불안을 제거해 주기를 소망한다.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정무직 공무원으로 현행 헌법에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역할을 맡는다(대한민국 헌법 제86조 제2항). 대통령제 하에는 부통령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현행 헌법은 의원내각제적 요소로 볼 수 있는 국무총리제를 가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행정부의 제2인자로서의 지위로서는 각부 장관보다 상위의 지위로서, 행정각부의 장을 지휘·감독하나 중앙행정관청으로서의 지위로서는 행정각부의 장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 대통령중심제에 내각책임제적 요소가 가미된 현행 헌법 하에서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 등을 지닌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무총리의 권한을 대통령이 사전에 행사함으로써 알고 보면 헌법적 기능이 왜곡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국무총리가 내각을 거느리는 제2인자로서의 국정 관장의 리더십 발휘가 불가하고, 때로는 소신을 앞세우면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지는 일도 있었다. 분명한 방향은 국무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헌법적 기능에 준해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무총리가 이 정부에서 초기 조각(組閣)단계에서 김용준 후보자 사퇴부터 초대 정홍원 총리의 중도 사임으로 국민 불안을 주더니 급기야는 안대희 후보자의 검증 부실에 따른 후보 사퇴라는 장기 공석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요사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국무총리 후보군 인사들의 면면이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무엇보다도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사의 등장을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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