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국방부가 군복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여론이 분분하다. 찬성 측은 군복무 이행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미흡하고 병사 중 80%가 대학 재학생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중·고교만 졸업하고 입대한 장병이나 장애인, 여성 등에게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복무 장병들에게 군복무 기간을 대학의 일반·교양 선택과목에서 9학점을 인정해 주는 방안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새로운 교육훈련의 개념으로 다양한 교육훈련학습을 통해 ‘군대(軍隊)’를 ‘군대(軍大)’라는 별칭으로 장병교육을 개선했다.

그러나 ‘군대(軍大)’라는 개념은 병사의 대부분이 대학 재학생인 점을 고려한 군생활의 내적 변화를 추구했지만 군대(軍大)로서의 외적 필요조건인 학점(學點)이 없어서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대학의 한 학기는 16주 강의로 이뤄진다. 휴강이 없다면 3학점짜리 과목은 16주에 걸쳐 총 48시간 강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교양과목에서 9학점을 인정해 준다면 144시간의 교양교육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군에서도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연간훈련주기표에 의해 전·후반기와 동계혹한기 등을 통해 학점제 적용이 충분한 군외 대표적인 국가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한 학기에 이수해야 할 학점은 18학점 내지 20학점이다. 따라서 21개월의 군생활에서 대학 재학 중인 병사가 획득할 수 있는 학점은 전·후반기 18학점씩 2개년도 36학점으로 전역 후 대학생활 1년을 조기에 졸업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군대는 21개월 복무기간 중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주 수요일 오전 정훈교육을 받게끔 돼 있다. 이 시간에는 유명 인사 초빙 특강을 비롯해 국가관·역사관·리더십·예절 등 각종 교양강좌를 한다.

휴가나 훈련 등을 제외하더라도 복무기간 중 최소 200시간 이상은 이런 교양교육을 받게끔 제도화돼 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군 복무기간 중 이수하는 각종 훈련과정은 20~27학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위의 사례를 볼 때 각종 훈련은 빼고 진짜 교양교육을 받는 것만 해도 최소 12학점 이상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충분히 내부적인 평가 절차를 거쳐 공정한 학점을 준다면 병영생활의 활력은 가히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러한 학점 인증제도가 뒷받침돼야 군복무가 비로소 기피혐오의 대상, 인생단절의 과정, 청춘낭비시대라는 등의 평가절하에서 벗어나 당당히 국민의 군대로서 자리매김하면서 병사들에게 군생활이 ‘국방의 의무’를 넘어서 또 다른 개념의 대학생활의 연장으로서 의욕을 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학력의 병사집단으로 구성된 군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육군 병장의 월급이 고작 14만9천 원이다. 병사들에게 21개월의 군생활을 직업군인처럼 봉급으로 보상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군입대 전에 봉급의 몇 배 알바 수입을 하던 병사들에게 월급 주니까 무조건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는 것은 이제 어불성설(語不成說)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국방의 의무’라는 대의명분으로 국가에 헌신·봉사를 덕목으로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군복무를 한다. 이제 국가와 사회는 우리의 병사들에게 희생에 따른 최소한의 합리적인 보상을 줘야 한다. 그 보상이 결코 특혜(特惠)라는 도그마(dogma)에 재단되는 집단적 가해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군복무는 남북 분단시대에 국가안보를 가장 저비용 고효율로 관리하는 대한민국식의 청년들의 희생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군복무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1·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국가에서 젊은 시기 나라를 위해 병역의무를 다한 젊은 제대군인에게 대학입학금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혜택 및 보상 지원은 모두 사회적 합의를 거쳐 떳떳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방부는 군복무 학점인정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군복무자들이 학점을 인정받도록 구체적이고 세밀한 정책을 마련해 반드시 군복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 군복무가 자랑스러울 때 국가안보가 더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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