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자격 방한(訪韓)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미국·일본 당국을 긴장시키면서 동북아 정세는 한껏 요동치고 있다.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미·일 동맹에 틈이 생길까 걱정이다.

당장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검증 논란, 각의 의결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전쟁국가 선언’ 등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한중이 일본의 우경화 문제로 공조하는 게 미·일의 걱정이다. 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 해석을 바꾼 일본의 결정을 환영한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일본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만다. 미·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반면 시진핑 주석으로선 외통수를 건 거다. 뜻밖에 해결의 열쇠는 우리 정부가 쥐었다. 그래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양 정상은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본문과 부속서로 구성된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간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선 한중이 ‘한반도 비핵화’ 공조, 중국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평가 및 지지 그리고 정치·안보·경제·문화 등에서 동반자관계 가시화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다만, 성명에 담지 못한 일본의 역사인식과 최근의 우경화 문제는 양 정상이 비공식적으로 접근했다고 전한다.

한편, 한중 관계가 깊어지고 교류가 늘어날수록 중심에 서는 도시가 인천이다. 성명 전문을 보면 인천 현안과 직결된 의제들이 다반사로 발견된다. 중앙정부와 정치권, 특히 ‘힘 있는 시장’의 역할이 기대된다.

# 공동성명에 담긴 인천 현안
먼저 ‘2015년에 해양경계 획정 협상’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한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획정 문제다. EEZ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엔 국제해양법상의 수역이다.

현재 수역 일부가 겹치다 보니 서해 해저광물 개발 갈등, 이어도 관할권 및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등이 발생했다. 특히 인천 서해5도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는 NLL 인근에서 자행되고 있어 우리 정부의 해태(懈惰) 논란까지 일었다.

진전이 없던 현안이었는데 양측은 ‘서해 조업질서 유지를 위한 협력 강화’를 명시하는 한편,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도 열어 대응키로 했다. 환영할 일이지만 그간의 주민 피해와 해양생태계 교란·어족자원 고갈 문제는 어찌 풀지 걱정이다.

그리고 ‘사증(VISA) 면제 범위의 단계적 확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가기로 했다. ‘중국 관광의 해(2015년)’와 ‘한국 관광의 해(2016년)’도 지정해 2016년까지 양국 간 인적 교류 1천만 명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명시했다.

 비록 물적·인적 교류 확대의 한 물꼬는 트였지만 한중 간 합의했던 ‘항공자유화(Open Sky)’와 ‘해운항로 전면 개방’ 등의 정책이 진전되지 않으면 팥소 없는 찐빵이다.

 중·일은 2012년 8월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했다. 매년 열리는 한중 해운회담이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린다. 한중 정상회담 후 우리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하나 더 소개하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감축… 기후변화 대응 및 해양 분야의 협력을 확대·심화’하겠다고 했다.

 인천은 중국발 초미세먼지와 황사로부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이다. 게다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지난해 말 출범해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해 있다.

2020년까지 1천억 달러 기금 달성도 관건이다. 중국 정부도 자국 내 스모그 현상은 거의 일상화됐고 향후 5∼10년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어 한중 협력을 통해 기금 조성에 나서는 한편, 선진 환경기술을 교류해 작금의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인천도 에너지·전력·쓰레기 등의 시설이 집중된 곳이기에 기후변화 대응의 최전선에 놓여 있음을 좌시해선 안 된다.

# 인천시민의 역할 더욱 커져
동북아의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인천에 또다시 기회가 왔다. 접경지역 중에서도 교전지역으로 남을 건지, 아니면 대(對)중국 교류의 중심지이자 남북 경제협력의 교두보 그리고 동북아의 환경중심도시로 우뚝 설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왔다.

 다시 한 번 자발적 인천시민들이 모여 제2의 200만 서명운동, 인천 살리기 운동을 펼칠 때다. 가만히 있으면 공동성명의 본문과 부속서는 종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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