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직장 내에서 업무보다 인간관계를 더 힘들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소통의 오류에 있습니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직장인 1천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입니다. 가정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당 부분 가족 간의 갈등 역시 소통의 부재에 기인합니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가정이든 직장이든 당연히 제대로 굴러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대화입니다. 우리는 대화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불통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비록 왕도는 없지만 대화의 여러 원리들을 잘 숙지하고 실생활에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본다면 틀림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결국에는 ‘소통의 달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국의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 교수가 주창한 대화에서의 협동의 원리와 네 가지의 원칙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양(量)의 원칙’, ‘질(質)의 원칙’, ‘관련성(關聯性)의 원칙’에 이어 네 번째 원칙은 바로 ‘방법(方法)의 원칙’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말할 때는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간단명료하게 말하라는 것입니다.

간단명료하게 말하려면 첫째, 모호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화를 할 때 사람들이 모호하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뭔가 좀 더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려고 할 때나 자기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혹은 소극적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할 때도 모호하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호하게 말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참 난감합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대화가 잘 될 리 만무합니다.

간단명료하게 말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한 가지 표현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를 피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고등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남자 담임선생님께 생긋 웃으면서 “절 좋아하세요?”하고 물었답니다. 그 선생님은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하고 정색을 하고 꾸지람을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아니요, 제 말은 저를 좋아하시냐는 것이 아니라 불교 사찰(절)을 좋아하시냐는 것이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짓궂은 장난입니다. 우스갯소리입니다만 ‘절’이 가진 두 가지 뜻 때문에 선생님만 당황하시게 됐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은 피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간단명료하게 말하려면 일단 짧고 간결하게 말해야 합니다. 양(量)의 원칙이 얼마만큼의 정보를 말할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면, 짧게 말하라는 것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와 직접 관련이 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같은 말을 반복하지 말고 간결하게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대화하는 유형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내용이 알차고 길이도 긴 것, 내용이 알차고 길이가 짧은 것, 내용도 없는데 길이만 긴 것, 내용도 없고 길이도 짧은 것, 물론 이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내용이 알차고 길이가 짧은 것입니다.

 반대로 가장 듣기 싫은 것은 내용도 없는데 길이만 긴 것, 이런 말은 고문(拷問)입니다. 그래서 간결하게 말하는 것, 대단히 중요합니다.

KISS 대화법이 있습니다. ‘Keep It Short and Simple’의 머리글자만 따서 만든 말입니다. 말하려는 내용을 짧고(Short) 쉽게(Simple) 전달하라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조리 있게 일어난 순서대로 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대화의 원리’에 대해 여러 가지 원칙을 이야기했지만, 요약하면 대화가 서로 협동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관련성이 있는 적당한 양의 진실된 말을, 의도가 분명히 전달되도록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화의 첩경(捷徑)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화의 여러 원리를 잘 숙지해 보고 실생활에서 응용해 대화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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