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30℃를 넘어섰던 무더운 7월 초입의 어느 날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연일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문 앞까지 나와 악수를 청하는 남 지사의 모습에서 낮은 자세로 도정을 펼치겠다던 그의 약속이 떠올랐다.

취임 준비와 도정 파악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텐데도 남 지사는 인터뷰 내내 여유로움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속내를 풀어나갔다.

인터뷰 내용 중에는 본인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질문들이 담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미소짓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남 지사가 가진 매력이자 내공이 이런 점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크진 않지만 자신감에 찬 그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남 지사야말로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호일보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도지사 집무실에서 남경필 지사에게 경기도의 향후 4년과 여러 가지 현안사항들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남경필 지사와의 일문일답.
-창간 26주년을 맞은 기호일보에 축하 메시지 한말씀 부탁드린다.

   
 

▶기호일보 창간 26주년을 1천250만 경기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신속하고 공정한 보도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경기도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돼 주시길 기대한다.

경기도는 약동하는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성장 동력이다. 화합과 혁신을 통해 일자리가 넘치는 안전하고 따뜻한 ‘경기도 공동체’를 만들겠다.

 이를 통해 아침이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겠다. 언제 어디서나 도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도민이 행복한 새로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기호일보 임직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취임사에서 권력의 분산에 대해 강조하셨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첫 단추가 연정이라고 보는데 현재까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랜 정치철학으로 삼아 왔다. 연정을 야당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화답해 줬기 때문에 전인미답의 길이지만 성공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면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인사권에 대한 기득권을 야당에 양보하면 여야가 협치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협상이 우선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측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 협상이 잘 이뤄지면 인사 문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본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만에 하나 연정에서 실패할 경우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되는데 연정을 반드시 성공시킬 묘안을 갖고 있나.
▶야당 부지사와 함께 인사와 정책을 협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김태년 새정치연합 경기도당위원장에게 지방자치특별법을 추진하자고 이미 의견을 교환한 상태다.

 주요 골자는 정무장관, 경제장관, 복지장관, 환경장관 등 4~5개의 지방장관이나 부지사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독일이 통일 과정 속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한 기반에는 연정을 통한 정치 안정과 사회통합이 있었다. 독일의 연정을 근간으로 우리 정치제도와 문화에 맞는 한국식 모델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

앞으로도 여야 지도부를 찾아 설명하고 설득해서 반드시 연정을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경기도청에 입성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모닝을 타고 출근하면서 많은 이목을 끌었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데 견해는.
▶혁신 도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가 출근을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쇼’라며 비판하시는 분도 계시고, 초심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도 계신데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시면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것이라 본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12일간 머물면서 우리 사회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 당한다는 게 평소에 품고 있던 가치관이다.

-김문수 전 지사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김 전 지사가 진행됐던 중·장기 사업들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지.
▶김문수 전 지사님이 하신 사업들 중에 잘하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이어나갈 예정이고, 스스로 한 공약들도 잘 추려서 시행해 나갈 생각이다. 기존처럼 이유없이 사업을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다.

   
 
GTX사업은 김문수 지사의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해 수도권 주민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출퇴근을 포함한 교통 문제이기 때문에 임기 중에 GTX가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민선4~5기에서 추진됐던 정책 가운데 이어갈 것과 재검토할 정책은 여야 정책협상단과 함께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신임 지사에게 도교육청과의 향후 관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긴 하지만 출발이 좋았는데 이런 관계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까.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는 이념이나 정파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취임 전 이재정 교육감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문제에 이념과 정파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책의 목표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정해지면 방법은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다.

양 기관이 정책 책임자를 두 명씩 4인으로 협의기구를 두고 상시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 경험은 풍부하지만 행정적인 측면에는 약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는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약한 것이 당연하다. 다만 얼마나 배우겠다는 자세로 경청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스스로가 도청 공무원들의 역량을 믿고 있다.

따라서 도지사가 가진 재량을 많이 넘겨 드릴 예정이다. 남경필이라는 사람의 리더십은 협의다. 인사도 특별한 인사가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한 것 역시 공직자들을 믿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열정을 갖고 자신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분들에게는 마땅한 공이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직원들을 수족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권한을 위임하겠다.

선장은 조타를 잘하거나 배를 빨리 달리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과연 망망대해에서 목표를 제대로 가고 있느냐 판단하는 것이 선장의 역할이다. 도정 업무도 선장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파트너들을 각 분야에 포진해 도정을 꾸려 나가겠다.

-경기도의 예산 부족으로 산하기관의 경우 사실상 신규 사업을 포기한 상태며, 각 부서들도 예산 부족의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복안이 있나. 더불어 도내 공공기관장들의 진퇴에 대해 한말씀 부탁한다.

▶재정 문제는 왕도가 없다고 본다. 많이 벌어서 비축하고 덜 쓰는 것이 답이 아니겠는가. 경기 활성화가 먼저 선행돼야 재정수입도 늘어난다. 경기 활성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하겠다.

현재 국비와 지방예산 편성이 2:8로 이뤄지는 것을 3:7 비율로 늘려 나가는 노력을 펴 나겠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쓸데없는데 돈이 새나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인사 문제는 인사와 관련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을 그대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먼저 정하고 마련된 기준에 따라 인사를 할 것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최측근이 없다. 시스템을 매우 중시한다. 최측근 밀실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민들의 경우 지리적인 여건으로 인해 본인이 경기도에 살면서도 서울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장은 알아도 경기도지사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인식 전환이 시급한데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경기도에서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경기도 스탠더드가 코리아 스탠더드가 되도록 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한다면 서울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도민들이 살기 좋고 일자리가 넘치는 안전하고 따뜻한 경기도를 만들 것이다.

-남경필호가 바다를 향해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4년간 어떤 항해를 해 나갈지 배가 최종적으로 정박하는 곳은 어디일지가 궁금하다.
▶정치인과 행정가가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정치인으로 추구해 온 가치를 경기도에서 현실로 일궈 내겠다.

정치인으로서 행정부를 비판하던 것에 비해, 이제 비판을 받는 자리에 섰기 때문에 스스로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도민들께서 보여 주신 민심은 화합하라는 것이다. 여야 가르지 않고 힘을 합쳐 상식적으로 도정을 펼쳐 나가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평소 잘생긴 외모가 자주 언급되는 남 지사이기에 피부 관리를 따로 받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개인적인 궁금증을 물어봤다.

한동안 파안대소한 남 지사는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아내가 여성 화장품을 한 번 발라준 이후부터 아내의 화장품을 몰래 쓰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왠지 집에 있는 아내가 앞으론 평소보다 화장품을 자주 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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