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도시 부평의 상징과도 같은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ASCOM·Army Service Command/Ascom support Command)이 오는 2016년 말 기지 이전을 시작으로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도심 한가운데 오랫동안 자리잡은 군사기지의 여파로 부평지역은 도로교통망 단절과 주민생활권 분리로 인해 제대로 된 도시 발전을 추진하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동안 부평도심 한가운데에 자리잡았던 캠프 마켓의 아픈 역사와 최근까지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를 짚어보고, 뼈아픈 현대사의 잔재로 남은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올바른 활용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천 안의 또 다른 도시, ASCOM City
1945년 9월 8일 인천항을 통해 상륙한 미군은 인천과 서울지역을 점령한 후 단계별로 남한 전역에 진주했다.

   
 

당시 인천지역 점령 책임은 미 제24군수지원단(ASCOM 24)이 맡았는데, 이들은 부평에 있던 일본군 조병창과 군수공장 일대에 부대를 주둔시켰다. 이후 이곳을 에스컴(ASCOM)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 발발로 잠시 부평에서 철수했던 미군은 1951년 봄 부평지역을 다시 점령하고 보급창을 재설치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반세기 넘도록 미군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후 미군 6의무보급창, 4통신대대, 55보급창, 195병기중대, 330병기중대, 74병기대대, 121병원, 44공병대, 181통신중대, 8216화학창, 728헌병대 등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부대의 규모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미군은 부평미군기지를 에스컴시티(ASCOM Cit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에스컴은 말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나 다름없었다. 부대를 둘러싼 철조망과 그 앞을 흐르는 하천은 미군 주둔지와 한국인 거주지를 명확히 구분했다. 병원과 극장, 도서관, 클럽 등이 즐비한 부대 안을 들어가 보는 것이 부평사람들에게 하나의 특권이 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시가지나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던 상황을 고려하면 부평은 미군부대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착각할 만큼 군사도시화됐다.

휴전 이후 196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부평미군기지는 1970년대 들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1969년 당시 미국 닉슨 대통령이 평화공존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닉슨독트린’을 발표하고 이어 1970년 박정희정권의 8·15선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추진하는 등 한반도 화해 분위기 조성의 여파로 부평미군기지는 부대 축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옛 부평주민들에게 현대식 병원으로 가장 많은 기억을 남겼던 121병원이 1971년 용산으로 옮겨가는 것을 신호탄으로 대부분의 부대와 시설들은 경상북도 왜관에 있는 ‘캠프 캐롤’로 옮겨갔으며, 빵공장 등 일부 시설만이 남게 되면서 에스컴은 지금의 ‘캠프 마켓’으로 재배치되며 공식 임무를 마쳤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은 시급한 과제
영화 ‘괴물’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미군기지 내 환경 문제는 부평미군기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부평미군기지 환경 문제는 특히 기지 내 군수품재활용센터(DRMO)가 있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처럼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미군 주둔이라는 특수성 속에 실제 조사를 통한 오염 확인이 상당히 뒤늦게 시작되며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환경부는 2008년에 와서야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인천시 부평구의 의뢰로 1차 조사 및 2차 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1차 조사 결과 심각한 오염이 확인된 부영공원과 DRMO 부지 등 16곳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유류와 중금속 등이 기준치보다 최대 32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다. 특히 많은 부평구민 및 운동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부영공원 일대 토양오염은 많은 우려를 가져왔다.

1951년부터 1971년까지 에스컴이 주둔하다 캠프 마켓으로 축소된 이후 국군 68경자동차부대가 주둔했던 부영공원 일대는 1994년 국군부대 이전 이후 2001년부터 주민들의 녹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2년 구 공무원과 환경단체 관계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캠프 마켓 주변지역 환경오염조사를 위한 부평구 민관 공동조사단’은 부평미군기지 외곽경계부터 반경 100m 이내와 부영공원, DRMO 부지를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TPH(석유계탄화수소), 크실렌, 아연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방부와 환경부는 부영공원 일대에 대한 환경정화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 발굴조사 등 중복 사업으로 본격적인 정화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미군부대 부지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에도 정화 작업이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기지 내부에 대한 환경오염 의혹도 빨리 해소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천으로 돌아올 캠프 마켓,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공원으로 조성돼야
인천시와 국방부는 지난해 7월 31일 역사적인 캠프 마켓(44만여㎡) 관리 및 처분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 체결로 시는 안행부에서 승인된 토지대금 4천915억 원을 오는 2022년까지 10년에 걸쳐 분납한다. 국방부는 이미 추진 중인 부영공원 환경오염 정화 작업 등 후속 사업을 진행한다.

오는 2016년 평택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부평미군기지 부지에 대해 시는 2009년께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은 근린공원으로 활용되며 소방서 및 경찰서, 사회복지시설 등 공공시설이 일부 입주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부평미군기지 주변을 역사공원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겨진 건축물들을 잘 활용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정섭 인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국장은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이라는 아픔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도록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철저한 문화재 조사와 보전활동이 시급하다”며 “이미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 미군기지 사례를 보면 많은 건축물들이 훼손됐는데, 인천에서만큼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건축물 보존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구는 지난 2월 개청 이래 최초로 조직 내에 ‘미군부대 반환지원팀’을 신설하고 기지 반환 이후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방부와 인천시 간의 협약으로 기지 반환 절차가 추진되고는 있지만 반환부지가 부평구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만큼 구민들의 의견을 시나 국방부에 올바르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평구 관계자는 “올 하반기 구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구민들이 원하는 반환기지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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