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

 세계에는 매년 52만9천여 명의 자궁암 환자가 발생한다. 사망률도 높다. 2분마다 여성 1명씩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는 3만8천여 명이 투병하고 있으며 1년에 약 1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해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자궁을 들어내는 것은 물론 고통스러운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장기간 받아야 한다.

환자의 육체적·심리적 고통이 크고 사회적인 손실도 막대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암검진사업과 계몽으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14.5건으로 동아시아 평균 11.9건보다 많아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궁경부암이 진행되면 비정상적인 자궁출혈이나 질 분비물의 증가 등의 증상을 보인다. 만약 주변 장기인 직장이나 골반벽, 방광 등으로 암 세포가 퍼지면 배뇨 곤란, 허리통증,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검진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다행히도 수술적 치료를 통한 생존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자궁경부암의 수술적 치료를 위해서는 자궁 주위의 골반 조직을 넓게 떼어내는 광범위 자궁절제술을 시행한다.

이때 복부를 길게 절개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에 따르는 부담감 또한 크다. 하지만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과 같은 최소침습 수술을 많이 시행한다. 복강경 수술은 배꼽 부위 1㎝ 정도만 절개하고 하복부에 0.5㎝ 크기의 작은 구멍(절개창) 2~3개를 뚫어 수술을 한다.

절개공에 이산화탄소가스를 주입해 복강 내 공간을 확보한 후 특수 기구들을 넣어 화면을 보면서 수술한다. 그러므로 더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복강경의 역사는 길게는 18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인 의미로는 1980년대에 시작됐다. 외과적으로는 1983년 최초로 복강경 충수 절제술이, 1985년 복강경 담낭 절제술이 시행됐다.

산부인과에서도 1989년 최초로 복강경 자궁 절제술이 시행된 이후 현재는 세계 각국에서 일반화됐다. 1994년에는 로봇 수술까지 고안돼 1996년 처음으로 수술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복강경 수술은 미용상 효과도 크다. 수술이 작은 구멍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개복 수술보다 잘될까’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해부학적 구조물을 확대해 보며 수술을 시행하므로, 좀 더 미세하고 세부적인 수술을 할 수 있다. 또한 복강 내 전체를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다만 일부 진행성 악성 종양, 과거 복부 수술로 인한 심한 유착은 복강경 수술을 적용하지 못하거나 수술 중 개복 수술로 전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복강경 방법과 달리 절개공 하나로 수술이 이뤄지는 단일공법이 소개돼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단일공법 복강경 수술은 배꼽의 구멍 한곳만을 통해 시행하는 수술이다.

최소침습 수술의 경우 복부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이를 통해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개복 수술에 비해 출혈이나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또한 흉터가 적어 미용적으로도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로봇을 이용한 광범위 자궁절제술의 경우에는 고배율의 3D영상 구현과 최대 15배 확대한 이미지를 통해 정확한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며, 수술하는 의사의 손 움직임이 디지털화되므로 미세한 손떨림을 막아 보다 정교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장이나 비뇨기 손상 등의 합병증을 최소화한다. 만약 자궁경부암의 병기가 초기를 지나서 국소적으로 진행됐다면 기존의 방사선치료 대신 항암제 요법을 병합한 로봇 수술을 시도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젊은 환자에서는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자궁을 살리는 자궁경부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술 후 불임 및 산과 전문의의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 분당차병원은 분당차여성병원과의 협진을 통해 수술과 임신, 그리고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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