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때 도학군자(道學君子)로 유명한 정명도(程明道)선생이 계셨다. 어느 날 동생 정이천(程伊川)과 함께 연회에 참석한 명도 선생은 술에 취해 기생을 포옹하고 어루만지며 한껏 기분을 냈다.

심히 못마땅해 하면서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동생 이천이 다음 날 따지자 “아우야, 나는 그 기생을 어젯밤 그 자리에 놓고 왔는데 너는 아직까지 그 연회의 자리에 있네 그려”라고 말하듯 초탈하기 그지없는 명도 선생.

하지만 어느 날 동정호에서 나룻배를 탔을 때 특이한 체험을 했다고 한다. 배가 막 출발하려 할 때 허름한 차림새의 스님 한 분이 올라타더니 뱃머리 쪽으로 가서 걸망을 베고 누웠다. 얼마 뒤 배가 호수 중앙에 이르렀을 때 거대한 바람과 함께 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배에 탄 사람들이 하나같이 토하기 시작했다.

명도 선생도 참고 또 참다가 견디지 못하고 토했고 옷까지 더럽혔다. 하지만 뱃머리에 누웠던 스님은 처음 누운 자리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멀미를 견디지 못해 토하고 야단인데 어떻게 저 스님은 끄덕도 없는 것일까?” 명도 선생은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배가 목적지에 닿자마자 스님께 물었다. “대사, 배 안이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어떻게 대사는 끄덕도 않으셨소?” 그러자 스님은 “그래요? 나는 배를 안 탔거든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배를 타지 않았다’는 스님의 말씀에 천하의 도학군자인 명도 선생도 공부인으로 크게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배를 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 배를 탄 것이 아니기에 뱃멀미를 할 까닭이 없다는 말씀.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내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 모든 만물과 형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변한다. 그렇다. 세상은 전적으로 우리가 어떤 마음의 눈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내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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