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내세운 공통 공약 가운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축소 또는 폐지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폐지에 나서는가 하면 인천시에서는 포스코고 설립을 추진하는 등 고입을 앞둔 학부모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자사고는 고교평준화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의 학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전국 49곳에서 운영되고 있고, 5년 단위로 평가해 재지정이나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어 현재 25곳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성적이 우수하고 경제적 여력이 되는 사회적 강자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사회정의에 반하고, 또한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학교 서열화를 조장해 사교육비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교육을 통한 사회계층의 세습화를 가속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빠져나가 일반고에는 슬럼화 현상이 초래돼 공교육 정상화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학교를 다양화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고,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력 신장과 다양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사교육비 문제, 일반고 슬럼화 문제, 교육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등이 해결되어 일반고의 위기를 극복해 줄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일반고의 위기가 중학교 내신성적 50%에 속하는 학생들을 추첨으로 미리 선발하기 때문에 전체 65%의 일반고가 3% 정도의 자사고에 영향을 받아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은 선뜻 믿기 어렵다.

학교현장에서 느끼는 일반고의 위기는 자사고 설립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그 이전부터 지속돼 왔으며, 정작 일반고의 황폐화는 사교육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고를 비롯한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자사고를 폐지하기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 반영해 앞서가는 학교는 더 잘하도록 지원하고, 뒤처지는 학교는 우수학교 모델을 확산시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자사고에서 학교경영에 문제가 드러나면 개선하면 될 것이지, 자사고를 없애게 되면 그 피해는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만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면 교육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질 뿐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자사고 폐지가 아니라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일 대책을 찾는 것이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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