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단기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의 흥행 돌풍이 무섭다.

1597년 10월 25일, 조선 수군 13척이 일본 수군 133척 대파. 아군 피해는 사망 2명, 부상 3명, 적군은 1만2천여 명 사상에 31척 격침, 92척 대파로 세계 해전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鳴梁大捷)’.

해전 전날 밤 이순신 장군이 병사들 앞에서 병서를 인용해 한 말이 바로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 하면 살 것이다(生卽必死 死卽必生)”이다.

또 ‘일부당경 족구천부(一夫當逕 足懼千夫)’를 강조했다.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1천 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 두 전략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 영화에서 1시간 분량을 차지하는 해전 장면이다. 경각에 달린 백성의 목숨이 눈앞에 있기에 내린 비장의 전술이었다.

전쟁이 나자 한양을 떠나 도망 갔던 선조에 의해 갖은 고문을 겪고도 다시 어려운 전쟁에 임하는 아버지 앞에서 임금에 대한 원망을 털어 놓는 아들에게 이순신은 “군인이라면 마땅히 의리를 지켜야 하는데, 그 의리는 백성을 향해 있어야 된다”라고 하며 “그게 ‘충(忠)’이다”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관람객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세월호 참사와 병영사고 등으로 잔뜩 주름 진 우리 사회가 갈구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이 대사가 대신 웅변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게다.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을 향한 민심의 충고가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기존에는 주로 위정자들이 이순신 장군을 불러냈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였다. 주로 충성이데올로기의 상징으로 이용했다. 억울함과 울분도 잊고 권력에 나라에 충성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의 이순신은 고뇌와 갈등의 중심에서 백성을 향한 진정성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나라를 살린 우리 모두의 성웅인 것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은 공정한 원칙주의자로 그의 청렴결백은 23전 23승의 근거였다. 임진년처럼 절박하지는 않더라도, 이 나라의 원칙과 상식은 여전히 기로에 놓였는데 충무공 이순신처럼 눈물겹도록 처절한 희생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아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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