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 트럭이 뒤집혀 부상자가 속출하고, 무장강도가 나타나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구호물자와 식량 및 물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어떤 물자도 구할 수 없는 현장에서 이것들은 현장 활동가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극단적인 상황을 견뎌 가고 있답니다.”

케냐 국경지대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UNHCR(유엔난민기구) 소속 팀앤팀의 한 인도주의 활동가의 애끓는 무용담(?)이다.

이곳에는 2013년 12월 발생한 남수단 분쟁으로 유입된 케냐 난민 4만여 명이 모여 지내고 있는데, 현재 겪고 있는 식량과 식수 부족 문제의 심각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전한 것이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재난과 분쟁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현장에는 자신의 몸을 불살라 고귀한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완화시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수많은 인도적 활동가들이 있다.

이들은 목숨을 내놓는 긴급 구조뿐만 아니라 식량, 식수, 위생, 주거, 보건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피해자들이 재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스위스 정부 재난구호팀 등에 소속된 활동가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었다. 수많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눈물을 기억하고 박수를 보내기 위해 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에는 눈물겹도록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지만 이보다 더 눈물겹게 봉사하는 사람도 많다”는 메시지로 이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분쟁과 실종자 및 유가족에 대한 안타까움만 부여잡는 데 아직도 급급하다. 생각하면, 이들을 위한 긴급 구조 과정에서 숨진 숭고한 넋들은 상대적 외면까지 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작금의 현실은 참으로 기가 막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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