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중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서문화 진흥 분야에서는 인천의 타 구들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진 편이다.

동네 곳곳에서 독서문화를 꽃피우는 사립 작은도서관들에 대한 예산 지원도 올해 처음 시도됐고, 그나마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수구를 비롯해 관 지원의 시작단계로 보여지는 남구에 비해서도 한참이나 적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원 근거인 관련 조례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구의 경우 2010년 문을 연 꿈나래 어린이도서관을 제외하고는 전체 7곳의 사립 작은도서관의 대다수인 6곳이 2013~2014년 문을 연 신생 도서관들이다.

이 중 개인이 설립·운영하는 도서관이 2곳, 나머지 5곳이 교회 또는 교회 관계자들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들로 짧은 운영 시기로 인해 타 구의 작은도서관들과 운영 상황, 현황 등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인천시와 중구청의 예산 지원도 유일한 평가 대상인 꿈나래 어린이도서관에 국한된다. 중구청은 9월 중 평가를 통해 꿈나래 도서관에 최대 400만 원의 시·구비를 도서구입비와 독서프로그램비 등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지원은 이 정도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우선은 사립 작은도서관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인 조례 제정을 서두르겠다는 계획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사립 작은도서관들은 여전히 작은도서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지역적 환경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의 관심에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꿈나래·단비·현안·희망을 주는·하늘꿈·휘란·빛나리 등 7곳의 사립 작은도서관들은 지난 5월 도서관협의체를 구성, 매달 정기회의를 통해 작은도서관의 역할을 고민하고 동시에 문제점들을 공유함으로써 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작은도서관의 이른 안착을 위한 운영자 실무(전문)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내년도 책의 수도를 앞두고 보여지는 관의 관심과 지원이 한시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중구에 새로 생긴 여럿의 작은도서관들이 주민밀착형 도서관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이야기다.

중구청 관계자는 “예산 지원 등에서 다른 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홍보 강화와 조례 제정을 통해 도보거리에서 언제든 책을 만나고 느낄 수 있는 작은도서관들이 보다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비 도서관

   
 

지난해 3월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자그마한 상가건물 공간에 문을 연 ‘단비도서관(중구 제물량로 89)’은 목회자이자 25년 전인 청년시절부터 야학과 독서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쳐 온 최윤경 씨가 운영자로 있는 동네 도서관이다.

최 씨가 목회 중인 상가건물의 1층 공장을 임대, 직접 리모델링을 해 오픈한 도서관은 지역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독서 지도로 시작했다.

당초 4명의 아이들로 시작된 독서 지도는 온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5개 반 60명의 초·중학교 아이들이 최 씨를 비롯해 자원봉사를 자처하는 독서지도사 여럿에게서 교육을 받고 있다.

최 관장은 “어려운 이들이 많은 동네 특성상 교육을 등한시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많이 안타까웠다”며 “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고들 하는데, 혹 나온다면 어려서부터 책을 접한 아이들 중에서 나올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도서관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서가를 꽉 채우고 있는 5천여 권의 아동도서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의 운영시간도 단비도서관을 빠른 시간 내 자리잡게 한 중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이 중 2천여 권의 아동도서들은 개관 직전 최 관장이 국내 300여 곳의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 교보와 브리테니커 등 10곳의 출판사들이 화답하면서 채워졌다.

당시의 도움들이 꿈만 같았다는 최 관장은 이후로도 적극적으로 관계 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독서지도사, 독서 프로그램 후원 등을 가능케 했다. 이 중에서도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의 과학실험이나 인천교육문화회관에서의 단체 뮤지컬 관람 등은 아이들이 손꼽는 추억이다.

목회 활동과 도서관 운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들이지만 단 한 번도 혼자서 도서관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최 관장은 “운영비 상당 부분도 많은 도움으로 채워지고 있고, 정신없이 바쁠 때면 기탄없이 동네 엄마들의 손도 빌린다(웃음)”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외부 활동도 늘리는 등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도 단비도서관은 학창시절 선수로 활약한 남편의 도움을 얻어 아동축구단을 운영하고, 한 달에 한 번 외부 체험을 위한 프로그램 재정 지원을 시에 요청하는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아이들의 단체 외부 활동을 위한 차량 지원이나 보다 많은 문화활동에 저렴하게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도 갖고 있다.

최 관장은 “언제 열매를 맺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아이들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단비도서관이 미약하나마 우리 동네의 희망을 읽고 그리는 작은 터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맺음했다.

#꿈나래 어린이도서관

“책 속에서 꿈의 나래를 펼치다!”
인천제2교회 교육관 7층에 자리한 ‘꿈나래 어린이도서관(중구 인중로 26번길 41)’은 중구에서 가장 먼저 개관한 사립 작은도서관이다. 교회 건물의 재건축 과정에서 작은도서관의 필요성을 공감한 목회자와 교인들의 뜻이 더해져 지난 2010년 11월 개관했다.

   
 

그 중심에는 독서지도사이자 연수구에서 작은도서관 운동을 펼쳐 온 이애정 씨가 있었다. 현재 관장직을 맡고 있는 그녀는 연수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중구의 도서관 문화를 동네 도서관인 작은도서관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관장은 “꿈나래 도서관 개관 당시만 해도 중구에는 공공도서관조차 없었던 상황”이라며 “항상 지역의 문화적 혜택을 고민해 온 목사님과 교회의 목회 방침으로 인해 어렵지 않게 도서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운영예산을 교회에서 전액 지원받는 시스템으로, 작은도서관으로는 인천 전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대형 평형(231㎡)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밝은 분위기의 내부 인테리어, 9천200여 권에 이르는 보유 서적도 꿈나래 도서관이 가진 특징이다.

또 예산 지원 주체인 교회와는 별개로 도서관을 관리·운영하고 실무자를 배치해 월·공휴일을 제외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간을 개방하는 것도 안정적 운영의 한 요인이다.

여기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작가 초청 독서 프로그램, 인근 어린이보육시설이 참여하는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극과 영화 상영도 정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덕분에 개관 초기 주 이용자들이 교인이었던 것에 반해 현재는 절반 정도의 이용객이 교회와 상관없는 지역주민과 지역아동들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교회 내 장애인교육시설인 ‘삼일특수교육센터’의 장애아동과 부모들도 자주 도서관을 찾는 주 이용객 중 하나다.

이 관장은 “도서관이 교회 내부에 있다 보니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종교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들이 여전해 안타깝다”며 “9천200여 권 중 80%가 영·유아도서로 영어교재 등 양질의 도서 구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보다 많은 활용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꿈나래 어린이도서관은 올해 인천시와 중구청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게 되는 지역 내 유일한 사립 작은도서관이기도 하다. 지원예산이 확정되면 도서 구입과 서가 확장에 이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여전히 책 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지역 특성상 앞으로도 꿈나래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좋은 책을 통해 힐링을 전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구 내 7개 사립 작은도서관들이 함께하는 ‘중구작은도서관협의회’의 회장으로서 “구가 주민 밀착형 독서 프로그램을 하는 작은도서관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며 “책의 수도를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구는 물론, 인천 전역의 작은도서관들이 힘을 받아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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