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시 등교 시행과 함께 상·벌점제를 폐지한 경기도교육청이 야간 자율학습까지 잠정 폐지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이재정 교육감이 최근 열린 도교육청 주간 간부회의에서 교육 현안을 논의하던 중 공교육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비롯됐다.

선진국에 비해 장시간 진행되고 있는 학생들의 학습시간 절대량이 삶의 질은 물론, 올바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자율학습의 폐지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학업성취도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현실에서 야자가 폐지되면 학생들이 일찍 하교하게 되고, 남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학원을 찾으면서 사교육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학 진학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진 여유 시간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사교육을 찾는 빌미가 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야자 폐지는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고, 이는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겠다던 이 교육감의 발언과도 모순된다.

대학 보내는 역할을 공교육이 떠안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포기하면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야자의 목적은 대학 진학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학교에서 야자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일찍 집에 가는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을 구비해 줘야 한다.

야자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학교 밖에서 시간을 허비한다면 폐지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자율학습은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누구도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학생의 학습선택권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학습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더욱 시급한 문제는 대학을 졸업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학벌체제를 타파하는 일이다. 서구 선진 사회와 다르게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 삶을 스스로 책임지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안정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대학 진학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 정규 교과시간 외 시간 활용에 대해서는 학생이나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향후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더라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한 후 시행하는 것이 순서임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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