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2~3년 안에 배 이상 올린다고 한다. 막대한 복지 지출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인한 증세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방법과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담배세나 주민세, 자동차세는 소득이나 자산의 규모와는 관계없이 부과되는 간접세이다. 당장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빈 곳간을 채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만약 정부안대로 담뱃값이 2천 원 오르면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의 내년 연간 세금은 시가 약 9억 원 수준의 주택소유자가 내는 재산세와 비슷한 액수인 연간 약 121만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이러한 방식의 증세는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저소득층의 조세 부담을 높이는 역진적 효과를 발생시키고, 결국에는 조세 저항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또한 이번에 인상된 세목을 보면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이다. 기업으로부터 걷는 법인세, 고소득자에게 부담인 소득세는 빠져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부가가치세와 함께 세금 수입의 3대 중심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세목들은 그대로 두고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세만을 선택했다.

증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쓸 곳은 많은데 경기 침체로 세수는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내년도 재정적자는 3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들은 30~35%에 달하는 복지 부담으로 복지 디폴트를 선언하겠다고 한다. 결국 복지를 위한 증세는 불가피하다.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복지예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정부는 공짜 복지는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명확하게 알게 해 줬으면 한다.

선거 때가 되면 국민들한테 이것을 해 주겠다, 저것을 해 주겠다는 푸짐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물론 표 때문이겠지만 선거 후에는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에 따른 청구서가 진작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예산을 확대 편성하겠다는 말은 곧 재정적자를 키운다는 말이다.

정부는 증세가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눈 가리고 아웅 식이 아니라 절차와 과정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서민의 부담은 가급적 줄이고 소득이 많은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 과세 원칙에 맞게 조세형평성을 충족하고 소득 재분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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