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 관내에는 모두 9개의 사립 작은도서관과 5개의 준공립 작은도서관이 운영된다.

북적이지 않는 조용한 원도심인 동구 곳곳에 위치한 작은도서관들은 지난 2009년 1월 개관한 꿈이 크는 도서관을 시작으로 최근 5년 사이 모두 들어섰다.

▲ 골목도서관은 매주 금요일 송현시장에서 책수레를 끌며 상인들에게 책을 빌려준다.
특히 전체의 절반 이상인 10곳은 전임 조택상 구청장 시절 생겨난 작은도서관들로, 덕분에 동구는 인천시내 8개 자치구 중 인구·면적(7만여 명·7.19㎢) 대비 가장 많은 수의 작은도서관이 있는 구이기도 하다.

또 청소년수련관(햇살마루 작은도서관)·동구노인문화센터(고맙습니다 솔향기 작은도서관)·한국청소년문화의집(꿈의 별 작은도서관) 등 지역 내 공공시설 위탁운영을 맡은 단체들이 해당 시설 내에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구는 이를 공립도서관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동구는 시·구비가 투입되는 도서관 활성화 보조금으로 지난해 2천만 원과 올해 2천800만 원을 세웠으며, 보조금 지원 2년차인 올해는 실사와 평가를 통해 10개 작은도서관에 최소 260만 원~최대 3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작은도서관들은 이를 도서 구입과 독서 프로그램, 시설 개선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시비가 포함되지 않는 구 자체 사업으로는 지역 대표 도서관인 송림도서관이 개관한 2011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신간 도서 구입 지원’과 올해 처음 실시한 ‘작은도서관 프로그램(강사비) 지원’이 있다.

신간 도서 구입 지원은 지난해 3천만 원, 올해 4천만 원을 들여 지역 내 대부분의 작은도서관들에 신간을 구입해 지원했다. 독서 관련 프로그램 강사비 지원의 경우 올해 처음 시도한 시범사업으로 모두 3개소에 각각 50만 원씩을 지원했으며, 구는 내년에 이를 더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동구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장의 관심 속에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도서관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지원 예산의 규모나 지원사업의 다채로움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정보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올 들어 여타 구들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은도서관협의회가 상대적으로 비활성화돼 있다는 점도 작은도서관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확보치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낳는다.

동구 송림도서관 관계자는 “인천지역에서도 인구와 면적 대비 가장 많은 작은도서관을 확보하고 있지만 늘어난 개수만큼의 질적인 향상은 담보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작은도서관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 골목골목 책수레와 어린이들로 활기
매주 상인에 책 이동 대출 초교생 장보기 프로 진행

인천에 대표적인 원도심 동구의 시장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도서관.

인천여성회 동구지회가 운영하는 이곳 골목도서관(화도진로 44번길 18)은 인천의 180여 개 사립 작은도서관들 중에서도 상위에 손꼽히는 모범 도서관이다.

▲ 송현시장에서 장보기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시장골목 탐험대’ 어린이들.
2011년 8월 문을 연 골목도서관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워 보자’고 모인 인천여성회 중동구지부 회원들이 뜻을 모아 동구 송현시장 한쪽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됐다. 특히 전통시장 내에 위치한 장소적 특성을 두고 고민하던 운영진은 자연스레 시장 상인들과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 ‘시장골목 책수레’, ‘시장골목 탐험대’, ‘그림책과 고사리손 요리’ 등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시도했고 그 결실 또한 쌓여 가는 신뢰만큼 공고해지고 있다.

이 중 ‘시장골목 책수레’는 골목도서관이 가장 먼저 손꼽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상인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을 골라 수레에 싣고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며 대출해 주고, 덤으로 서로의 일상과 안부를 나누며 정을 쌓아 간다.

‘시장골목 탐험대’도 아이들과 시장 상인 모두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으로 대내외에 잘 알려져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모둠을 나눠 송현시장에서 장도 보고 미션을 수행하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강사들이 함께한다. 바로 송현시장 상인들이다. 상인들은 아이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지나간 삶의 이야기를 진솔한 강의로 풀어내거나 자신들이 판매하는 품목에 대해 설명하는 등 일일 강사로 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골목도서관은 개관 만 3년을 지나고 있는 현재도 ‘이웃들이 편하게 찾아와 책을 읽으며 삶을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여전히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로 함께 키우며 돌보는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골목도서관의 역할 고민과 동구가 무상 임대해 준 도서관 공간의 불안전성 등은 여전한 과제지만, 친구 또는 엄마와 웃으며 도서관을 찾는 하루 평균 15명의 아이들과 그림책 공부 동아리 ‘책 읽는 엄마’를 주축으로 한 자원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봉사는 골목도서관의 미래를 환히 밝히는 희망이다.

손보경 골목도서관장은 “지역 곳곳의 작은도서관들은 공공도서관들이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도서관의 공적인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골목도서관은 엄마와 아이들이 내뿜는 활기로 가득한 곳, 함께 마을의 미래를 고민하고 공부하는 주민 커뮤니티의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책 읽어 주는 엄마 보니 독서에 흥미 절로
가족 단위 체험 프로 운영 청소년-어린이 어우러져

올해 3월 주민 공모를 통해 ‘생각버스 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꾼 만석비치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어촌로 22-6)은 최근 2년 사이 큰 변화를 맞았다.

2009년 개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운영 중이던 도서관은 지난해 초, 당시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주민모임’으로 불린 주민 10여 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 생각버스 도서관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주민강연회를 열었다.
그 시작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1년여간 진행된 ‘초록마을 만들기’다. 여기서 주민모임은 텃밭 일구기, 목공 만들기 등의 가족단위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아파트 작은도서관 새 모습의 바탕이 된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책 읽어주기의 주축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활동 중인 주부들이 맡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이제 동네 아이들이 알아서 도서관을 찾아 이들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책 읽어주기가 끝나면 그날의 책과 연관된 체험 프로그램, 미술놀이나 전래놀이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것도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도서관 이름 변경과 함께 ‘생각버스 봉사회’로 단체명도 바꾼 주민들은 이후 작은도서관의 운영주체가 돼 월~토요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도서관의 문을 열고 다양한 연령대의 아파트 주민들에게 ‘책 읽어주기’ 외에도 다채로운 독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중고생들이 도서관 상근자로 봉사에 나서면서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 낮에도 도서관을 운영 중에 있다.

“학업과 일상에 지친 우리 아이들에게 ‘어우러짐’의 행복을 느끼고 하고 싶었다”며 학생 봉사자 투입 배경을 설명한 생각버스 봉사회 관계자는 실제로 청소년들이 동네 동생들과 봉숭아 물들이기 등을 같이 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생각버스 봉사회는 그간 아파트 노인정 노인들과 함께하는 ‘양갱 만들기’, 주민 대상 대중강좌와 그림책 특강 등을 펼쳐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앞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와 그 어머니를 위한 성교육, 영·유아 엄마들 중심으로 한 그림책 모임 창단 등 보다 다채로운 활동으로 폭넓은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임은경 생각버스 봉사회장은 “현재 오후에 한정돼 있는 운영시간을 오전까지 늘리고, 전산시스템 교체와 장서 수 확충도 계획하고 있다”며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봉사회가 처음에 꿈꿨던 ‘도서관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많은 주민들이 소통하고 어우러져 사는 바탕’이 되도록 사명감을 갖고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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