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현석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2학년 2반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제출하는 자기소개서의 취미는 언제나 ‘독서’였을 만큼 다른 친구들보다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대학입시를 위해 수능에 도움이 되는 책 위주로만 읽게 됐다. 또한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어느새 대학 입학 후로 모두 유예된 상태였다.

그런 내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열린 ‘시, 큐레이터와 만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는 시에 대한 호기심이었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인 나에게 13주에 걸쳐 토요일마다 나와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토요일에는 등교를 하지 않지만 학원·과외 등으로 보충학습을 한다거나, 일주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늦잠 혹은 게임을 하면서 평범하게 지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는 금요일 밤만 되면 알람을 맞추며 설렜고, 토요일마다 내 생각을 표현한 작품을 만들며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프로그램을 접하기 전까지는 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본 적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근대시·소설이라는 말을 들어봤지만, 문학사는 딱딱하고 어렵다고만 느꼈다. 하지만 근대와 근대문학, 근대시인에 대한 집중 강의를 들으니 이해도 잘 됐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의 틀이 잡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화여고·제물포고 학생 20명은 김소월 조, 정지용 조, 윤동주 조로 나뉘어 담당 선생님의 가이드 아래 시와 시인에 관해 세미나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열정을 기울였던 전시작품 창작을 진행했다.

 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시를 해석하고 그것을 어떻게 내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가 가장 어려웠다. 평소에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했다.

 내가 속해 있던 김소월 조의 경우 「산유화」에 초점을 맞춰 창작활동을 했다. 「산유화」의 맑고 단아한 느낌을 동양화의 기법을 빌려 표현하고자 했는데, 시의 느낌이 부드러워서 화선지에 느낌을 표현하기가 좋았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펼쳐진 13주간의 ‘시’ 여행은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내 작품은 또 다른 나인 것처럼 느껴져 더욱 소중하다. 또한 “아, 내가 이것을 해냈구나”하는 성취감은 값진 경험이 됐다. 문학을 통해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체험하는 활동이 많아져 인천의 고교생들이 참여하는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김소월의 시를 많은 친구들이 더 좋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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