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 규제는 선의를 갖고 만든 법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전형적 예다. 특히 23년간 정부가 개입해 온 휴대전화 ‘요금 인가제’는 이제 시장 여건이 바뀌어 더 이상 유효치 않은 규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애초에 문제의 진단이 틀려서 잘못 만들어진 경우다. 두 가지 모두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한 경쟁관계 분석 및 맞춤형 규제안’이 적절히 준비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실패다.

이와 관련해서 장 티롤 교수가 참고할 만한 연구 업적으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경쟁 업체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춘다. 그리고 경쟁자가 사라지면 다시 가격을 올려 그 손실을 보전한다. 정부가 1위 SK텔레콤의 통신요금을 통제해 온 이유가 이런 약탈적 가격 인하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장 티롤의 주장에 따르면 여기서 예상 밖의 문제가 일어난다. 기업들이 혁신적 노력을 통해 실질 비용을 감소시키지만, 상품 가격을 내리는 대신 정부가 용인한 가격 선을 계속 유지하며 이득을 보려 한다는 것이다. 즉, 가격 상한선을 두거나 가격 담합을 금지시키려는 정부 의도가 결과적으로 기업에 초과적 이익을 안겨 준다는 지적이다.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단통법 역시 목적과 달리 반대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와 대리점까지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반면 이통사 3위 LG유플러스조차 불경기 속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이 1천628억 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입법 예정의 ‘보조금 분리 공시제’ 또한 예상 밖 피해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작금의 상황은 정부가 기업을 옴짝달싹 못하게 무익한 규제로 옭아맨 형국이다. 그런데 지난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기업간담회에서 ‘극단적 대책’ 운운하며 ‘해결하라’고 엄포를 주는 듯한 액션을 취했다 한다. 희극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려우면 아는 문제부터 풀고, 헷갈리는 것은 놔두는 편이 낫다. 우선 실효성이 사라진 요금 인가제는 폐지해서 통신사 간 요금 인하 경쟁이 시작될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뒤통수 맞은 단통법도 일단 없애서 시장 선택에 맡겨 놓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산학 전문가들과 함께 좀 더 시간을 갖고 연구해서 본질을 관통하는 정밀한 맞춤형 규제를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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