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7년 만에 낳은 늦둥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미술학원을 다니는 어린 딸이 그림 그리는 모습이 마냥 대견하기만 하네요.”

인천부원초등학교 1학년 조은빈(7)양의 아버지(54)와 어머니(52)는 그림 그리는 딸을 위해 그늘막을 치고, 연신 수통(그림물감용)에 물을 채워다 주며 흐뭇해했다.

특히 은빈 양 아버지는 딸이 혼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옆에서 같이 그림을 그렸다. “내년에는 아버지도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네요”하고 그는 너털웃음을 보였다.

은빈 양은 화폭에 매연 없는 깨끗한 세상, 친환경 도시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미술학원에서 많이 연습했는데 막상 다른 애들 그리는 것을 보니 더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애꿎은 도화지만 여러 장 망치는 것 같아요”하며 미안한 듯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은빈 양 어머니는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어린 딸이 아빠와 함께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그림 그리는 모습이 그 어떤 그림보다 예뻐 보이네요”라고 행복해했다.

인천신월초등학교 자칭 화가 3인방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가족,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인다.

손은결(8)양은 “자동차는 편하지만 매연이 나오고, 노 젓는 뱃사공은 힘들지만 산과 강이 오염되진 않는다”며 “미래 도시엔 자동차 대신 바람과 물, 햇볕으로만 가는 자동차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대회에 참가하는 최승원(9)군은 “사실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지만 엄마가 싸 준 김밥을 먹으며 친구랑 함께 놀 수 있어 소풍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3인방 중의 한 명인 문준석(9)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그림이 자랑스러운지 인증샷을 찍은 뒤 그림을 제출하고, 대회 관계자에게 아들이 꼭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했다.

본보가 주최하고 ㈔문화예술발전협의회가 주관한 제3회 미래도시 그리기대회는 지난 1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일대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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