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복지디폴트(지급유예) 선언을 예고했다. 또 이달 7일 전국 교육감협의회도 3~5세 누리과정의 어린이집 보육료 2조1천429억 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설상가상 정부의 올해 세수 부족분은 1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나빠서 법인세·부가세가 덜 걷힌 일시적 현상이란 정부의 입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세금 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주를 이루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최근엔 믿었던 대기업조차 실적이 악화되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2일 언론사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세금이 적게 걷히는 문제는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개념)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증세를 해서 경제에 찬물을 끼얹기보다 빚을 조금 늘리고 경제는 살려서 세금을 더 들어오게 하는 정책을 쓸 때라며 증세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모범 답안이다.

세수를 늘리려면 세율을 올리거나 과표(세금 대상의 금액)가 올라가게 해야 한다. 세율은 국회에서 마음껏 올릴 수 있지만, 표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증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과표는 경제성장을 통해 늘어나는 특성을 갖는다. 바로 최 부총리가 원하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현실이다. 미래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정부 씀씀이를 잡아놨으니, 펑크가 나고 추가 국채 발행은 뻔하다. 빚을 후대에 전가해 버릴 꼼수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이유다.

증세를 겁내는 이유야 십분 이해한다. 인접한 일본만 보더라도 1989년 다케시타 총리, 1997년 하시모토 총리 모두 소비세 인상 이듬해에 실각했다. 아베 역시 소비세 인상을 기점으로 지지도 추락이 시작됐다. 이렇게 증세는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될 사안이다.

그래도 이제는 덜 걷히는 세금과 급속히 팽창하는 복지의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국가채무 연 이자분만 21조 원이다. 빚에 의존한 복지는 더 이상 안 된다.

우선 탈루 및 비과세·감면조항들에 대한 재정비를 통해 단기적 세수 확대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 3대 세수의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세금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바람직한 모양새는 가능한 넓고 얇은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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