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인턴 시절 빌 클린턴 대통령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니카 르윈스키(41)가 20일(현지시간) 공개 무대에 나왔다.

르윈스키는 이날 미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포브스 주최 '언더 서티 서밋'(Under 30 summit)에 참석해 20∼30대 청중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르윈스키가 올해 들어 두 차례 언론 인터뷰에 응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대중 앞에 나서 공개 연설을 한 것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2005년 영국으로 떠나면서 종적을 감췄던 르윈스키는 지난 5월 미 연예패션 월간지 '배너티 페어'와 기고 형식의 인터뷰를 한 데 이어 7월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3부작 미니시리즈에 출연했다.

이날 강연 내용은 예상대로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후회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의 르윈스키는 "대학을 갓 나온 22살의 나이에, 당시 또래보다 좀 더 낭만적이었던 나는 상사와 20대의 방식으로 사랑에 빠졌다"면서 "그런데 그 상사가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많은 이유로 그때의 일을 깊이 후회한다. 사람들이 상처받기 때문일 뿐 아니라 전혀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관계를 지속해 온 2년여에 대해 "그때는 그게 전부였고 좋았다"면서 "그런데 그 사실이 (1998년 드러지 리포트를 통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사생활이 존중되는 한 개인에서 공개적으로 완전히 망신을 당하고 파괴된 사람이 됐다"고 회고했다.

또 "당시 다양한 방식으로 협박을 많이 받았다"면서 "(검찰로부터) 사실 관계를 부인하면 감옥에서 최고 27년을 살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았고, 협조하지 않으면 내 어머니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르윈스키는 연설에 앞서 트위터에 자신을 '수치 게임'(shame game)의 생존자로 표현하면서 "내가 수치게임에 살아남은 만큼 앞으로 다른 많은 희생자도 수치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현장 연설에서도 "사인이든 공인이든 우리는 모두 수치스러운 일에 빠져들기 쉽다"고 언급했다.

차기 대선을 2년여 앞둔 미묘한 시점에 등장한 르윈스키에 대해 미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시각은 곱지 않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르윈스키의 등장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화당 일각에서는 '힐러리 바람'을 잠재우는데 르윈스키를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잠룡 중 한 명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성추문 사건을 거론했다.

미 정가 소식통은 "르윈스키 사건은 분명히 대권 도전에 나서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좋지 않은 소재"라면서 "하지만 공화당이 정치공학적으로 활용하면 역풍도 불 수 있어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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