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의 ‘안전한 학교 만들기’가 뿌리째 흔들리며 제2의 인현동 화재 참사가 우려된다.
잇따른 학교 화재에도 대피 등 비상상황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 소방시설 점검은 사설 업체에 맡겨 놓고 시교육청은 현황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909개 학교의 소방시설 점검은 각 학교별로 외주 안전관리자가 맡고 있으며, 시교육청은 소방시설 현황을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의 점검 소홀은 결국 소방시설 부실로 이어져 상당수 학교가 낡거나 고장 난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8일 오후 6시 30분께 연수구 소재 I여고 1층 화학실에서 실험기자재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해 경보기가 울렸다.

하지만 이미 수개월 전부터 경보기가 고장 나 수시로 비상벨이 울린 적이 있어 이날 화재도 평소와 다름없는 고장으로 판단한 학생들과 교사들의 대피가 늦어졌다.

학교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부실은 I여고의 문제만은 아니다. 시교육청 관계자조차 “비상벨이 자꾸 엉뚱하게 울려서 경보기를 꺼 놓는 학교가 왕왕 있다”고 말해 소방시설을 점검하지 않는 시교육청의 안전불감증을 사실상 인정했다.

특히 소방시설이나 화재와 관련해 문제가 있을 때만 점검을 맡고 있는 사설 업체가 시교육청에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어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조치가 이뤄지는 등 사고 예방이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화재에 따른 대피 매뉴얼도 주먹구구식이다.

8월 30일 작전동의 J중학교 도서실에서 책, 사무기구 등에 불이 붙어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뻔했고, 4월 28일에는 계산동의 G중 교실 선풍기가 과열돼 천장이 타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가 일어났지만 학생들은 비상상황 매뉴얼에 대해 잘 몰라 우왕좌왕하는 등 올바른 대피 방법을 숙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우 교육위 부위원장은 “학교 소방시설을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교육청에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행정감사 때 지적해야 할 사안이며, 시교육청은 소방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지휘·관리체계 확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진철 시교육청 대변인은 “사설 업체라고 해도 학교 화재와 관련해 잘못이 있으면 소방법으로 엄중하게 처벌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행정적으로도 소방시설 점검이나 화재 예방을 강화시키는 등 교육청에서 직접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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