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30일 열린 ‘인현동 화재 참사 15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는 제를 올리고 있다./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15년 전 인천시 인현동 화재와 세월호 참사는 닮은꼴이다. 어른들의 원칙을 무시한 부주의가 꽃 같은 아이들의 꿈을 꺾었다. <관련 기사 19면>

30일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15주기 추모제’가 열린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는 유족 등 5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딸 아이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세월호 희생자를 보고 15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는 고(故) 이지혜 양의 어머니는 “인현동 화재 참사의 교훈을 어른들이 잊지 않고 있었다면 판박이인 세월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위령비에 헌화하기 위해 경남 김해시에서 왔다는 어머니는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혜 양의 오빠 이정환(36)씨는 “동생과 같은 이름의 세월호 희생자가 나왔을 때 여동생이 떠올라 마음이 시렸다”며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답답한 응어리를 우리 사회가 보듬어 달라”고 했다.

지혜 양 가족들은 인현동 참사 2년 만에 인천을 떠났다. 딸을 잃은 어머니는 도저히 인천에서 살 수 없었다.

참사 후 인천을 떠난 유족들은 여럿 있다.

1999년 사고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고 정혜미 양의 가족들도 부천시에서 살고 있다.

혜미 양의 아버지 정모(60)씨는 “희생자들의 부모가 이젠 대부분 60~70대이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라며 “세월이 약이라고 말을 하지만 딸이 그립다. 세월호 유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식에서 오덕수 인현동화재참사유족회 간사는 57명의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울먹였다.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재원 인현동화재참사유족회장은 “인현동 화재는 불법 영업을 한 호프집 사장, 세월호 참사는 선장 개인 책임으로만 돌렸다”며 “이런 사회구조에서는 인현동 화재 이후 15년 만에 세월호 사고가 났듯이 참사가 계속 끊이질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 “법과 원칙, 약속을 지키는 사회에서는 참사란 없다”며 “더 이상 어른 탓으로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모식이 끝나고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유골을 뿌렸던 팔미도 앞 해상으로 걸음을 옮겨 헌화하고 고인들의 넋을 달랬다.

인현동의 아픔은 1999년 10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 중구 인현동 거리의 한 호프집에서 불이 나 중고생 57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갈 곳 없는 학생들이 안전시설 없이 불법 영업을 하던 건물에서 화마에 희생됐다.

추모석과 위령비가 있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인현동 화재를 교훈삼아 갈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조성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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