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그 하루 문학이 있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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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그 하루 문학이 있는 오후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객원논설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11.12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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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어느새 11월도 중순에 접어든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달력 장이 넘겨지고 나면 마지막 12월.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만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일 시간은 어둡고 긴 겨울날들뿐이다. 우울하고 추울 것이다.

 비단 계절만 차갑고 암울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가슴도 역시 춥고 쓸쓸하게 변해 갈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삶의 상황이 엄혹하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지난 11월 8일, 몸담고 있는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인천문인협회와 인천작가회의가 공동으로 주관해 ‘지금, 인천의 문학’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개최했다.

그리고 이날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두 달여에 걸쳐 두 문학단체의 약사(略史)와 지난날 활동 실적을 내보이는 각종 자료 전시회도 함께 테이프를 끊었다.

전시회는 두 단체에서 발간해 온 기관지와 회원들의 저서, 자료들을 망라했다. 이 자리에는 공식 단체는 아니지만 인천지역에서 활동하는 몇몇 문학 동인회도 참여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인천의 문학은 어떤 모습이며 인천에는 어떤 시인, 작가가 있는가를 시민들로 하여금 한눈에 일별할 수 있게 마련한 것이다.

만추의 주말 오후에 열린 포럼은 인천 문단의 현주소와 시인, 작가들의 작품을 조망하면서 인천의 문학이 한국 문학의 한 줄기로서 배태(胚胎)하는 지역성과 전체성을 따져 보기도 했다. 발제자와 토론자, 그리고 플로어를 가득 메운 청중들 모두 한 덩이가 돼 두 시간이 넘게 대단한 문학 열기 속에 빠져 있었다.

평소 자리를 같이하기 어려웠던 두 단체의 회원과 각 동인회 회원, 일반인 등 70명에 이르는 문학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처럼 가슴을 열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의 의미! 모르기는 해도 근래 인천에서 열린 문학 행사로서 이만한 성황을 이뤘던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의례적인 자리가 아니었는데도 인천시의회 박승희 부의장, 문화복지위원회 이한구 위원장, 박영애 의원이 주말의 분주함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지역 문인들에게 보내 준 격려는 진정 크고 굉장한 힘이 됐다. 사실 욕심을 내자면 더 많은 의원들, 그리고 행정부의 요인들이 참석해 줬다면 하는 바람이었다.

생각해 보면 인천은 대한민국 내 웬만한 소도시나 혹은 군 단위 지역에서조차 시행하고 있는 ‘문학상제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특이한 광역시가 아닌가. 문학이, 예술이 늘 재정과 경제논리에 밀리던 도시가 아닌가.

 다른 지역에 나가 그곳 기업인이나 행정당국자나 또 시민들이나 자기 지역 문화예술을 대하는 눈빛과 태도가 우리와 사뭇 다름을 볼 때마다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늘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느껴 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날, 문학이 있는 11월의 오후, 한국근대문학관 3층 강당에서의 두 시간은 내년도 문화 환경이, 내년도 문학 앞에 놓인 현실 상황이 아무리 춥고 엄혹할 것이라 해도 잠시나마 시름을 잊을 수 있었고, 그래서 즐거울 수 있었다. 우리가 한자리 모여 앉아 토론하고 나눈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충분히 그렇게 만들어 줬던 것이다.

다시, “우리 앞에 놓일 시간은 어둡고 긴 겨울날들뿐이다. 우울하고 추울 것이다. 비단 계절만 차갑고 암울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가슴도 역시 춥고 쓸쓸하게 변해 갈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삶의 상황이 엄혹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예술은 늘 가시밭 같은 상황 속에 존재한다. 그러면서 때로는 그 상황을 앞서 이끌고, 때로는 상황을 뛰어넘는다. 현실 상황은 늘 문학을, 예술을 압박하고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학은, 예술은 그 상황을 분연히 타개함으로써 새로운 이상 세계를 눈앞에 펼친다.

그런 논리로 내년에도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의 문학인들과 함께 이 같은 자리를 다시 만들 것이다. 비록 우리가 걸어갈 길이 춥고 가혹한 길이라 해도 인천의 문학과 문학인은 꿋꿋이 주어진 도정을 갈 것이다. 열기 가득하게, 가슴에 활활 불길을 지피면서 고난이라면, 바로 그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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