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를 죽여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이 있었다. 그는 자기가 지은 죄를 인정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밀고한 친구조차도 용서하려 들지 않았다. 아무리 인품이 높은 성직자가 와서 설득해도 그는 용서를 거부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증오했다.

사형을 집행하기 하루 전날, 어느 수녀가 사형수를 찾아왔다. 수녀는 사형수를 만나자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했으나 사형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수녀는 자신의 심정을 사형수에게 털어놓았다.

“나는 그동안 어떤 한 사람을 진심으로 미워하고 있었다”며 “그 사람에 대한 증오심이 강박관념이 돼 지금까지 제 자신을 괴롭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차라리 이 옷을 벗어 버리고 수도생활을 그만둬야겠다”고 강조했다. 너무나 놀란 사형수는 “수녀님, 제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차라리 당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하십시오”라며 수녀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녀는 눈물을 흘리며 사형수에게 말했다. “네. 이제는 용서하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미워한 사람은 제 오빠를 죽인 바로 당신이었답니다.”

수녀의 이 말을 들은 사형수는 충격에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고는 이내 자신을 용서해 준 수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물론 이 사형수는 이 일을 계기로 자기를 밀고한 친구와 세상 사람들을 모두 용서했다.

다음 날 사형수는 편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자신을 돌이켜봤다. 내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상대방의 탓으로만 돌려 그들을 외면하고 증오했던 일들이 많았었던 것 같다.

형제를 죽인 살인범도 이처럼 용서할 수 있는데 조그마한 일에 화를 내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설령 상대방이 잘못했더라도 미워하지 않고 용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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