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 보면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종종 눈에 띈다.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다양한 국가배상 사례들이 있지만, 특히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국가배상 판결이 자주 보인다.

지난 9월 24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가 유신시절에 옥살이를 한 시인 김지하 씨와 그 가족들에게 15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9월 16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가 유신헌법에 반대하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돼 옥고를 치른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과 그 가족에게 1억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8월 2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이 김한길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 등 유가족 3명에게 김 전 대표의 부친 고(故)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대표)의 억울한 옥고에 대해 9천8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7월 18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에게 3억5천4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국가배상 사례들 중에는 인권침해와 무관한 사례들(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시설 등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의 배상 등)도 많이 있다.

10월 13일 임내현 의원(새정치연합·광주 북을)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밝힌 바에 따르면, 2008년 이래 금년 7월까지 지급된 국가배상금이 4천544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구상청구된 금액은 79억 원(전체 국가배상금의 1.7%)에 불과하다고 한다. 너무 미미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직무 수행 과정에서 ‘고의’에 의한 경우는 물론이고, ‘중대한 과실(중과실)’이 아닌 ‘일반과실(경과실)’에 의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까지도 (징계책임은 물론이고)엄중한 변상 책임을 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참고로 민법 제756조는 ‘사용자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용자는 피용자(被用者)가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손해를 배상한 사용자는 피용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발생된 손해를 국가가 배상했다면 국가는 응당 책임있는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국민의 세금이 축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잘못으로 발생된 국민의 손해를 국가가 배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배상금마저도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국민은 영원한 봉’이란 말인가? 국가가 국가배상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게을리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을 면책시켜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국가가 구상권 행사를 게을리할 경우에는 국민이 직접 나서서 해당 공무원을 상대로 소(訴)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상법상 주주들이 소수주주권(少數株主權) 행사를 통해 임원의 책임을 추궁할 대표소송(代表訴訟)을 제기하는 제도(상법 제403조)를 참고해 일정 수 이상의 국민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을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구상권을 대위행사(代位行使)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국가배상법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가배상으로 국고(國庫)를 손실낸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이 중한 경우 공무원연금의 지급도 삭감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해야 공무원들이 법 집행에 있어 더욱 신중해질 것이고, 불법적인 명령·지시에의 복종도 거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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