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벨화학상은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기술을 개발한 3명의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획기적인 업적이 광학현미경을 나노 차원으로 이끌었다”고 수여 목적을 밝히면서, “현재 나노스코피(nanoscopy)로 알려진 이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생물 내 개별 세포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빛의 굴절을 통해 물체를 확대했던 기존의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새로운 나노의 세계를 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초의 현미경은 1758년 존 달라드에 의해 개발됐고, 그 이후로 실체 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 주사 터널링 현미경 등 다양한 원리를 사용한 현미경들이 발명됐다. 현미경은 일반적으로 제1세대 광학현미경, 제2세대 전자현미경, 제3세대 원자현미경으로 나뉜다.

현미경의 발달 단계는 단순한 관찰기기의 발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뀌게 만들고 새로운 영역의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광학현미경을 통해 세균의 존재를 확인한 의학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증상 완화를 위한 의학에서 병원균을 퇴치하는 치료중심의 의학으로 바뀌게 됐으며, 또한 원자현미경을 개발한 이후에 현대 과학기술의 중심인 나노테크놀로지의 세계가 활짝 열리게 됐다.

대학에서 물리 강의를 할 때 첫 시간에 반드시 설명하는 내용은 ‘과학이란 무엇인가?’이다. 나는 자연과학이란 실험을 통해 관측 가능한 자연현상을 관측해 분석하고, 이론을 통해 관측되고 분석된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수리적인 진술을 하는 학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모든 연구의 출발은 연구 대상인 현상을 결정하는 것과 그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또한 어떤 관점에서 현상을 관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현상에 대한 올바른 관찰이 되지 않으면 관찰 결과에 대한 분석이나 이를 기반으로 세워진 이론체계가 모두 무의미할 것이다.

뉴턴 역학의 패러다임은 물체 간의 동역학적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 밖의 행성의 운동까지도 마치 신의 경지에 올라 설명했다. 뉴턴 역학의 패러다임은 거시적 현상을 잘 설명했으나,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300년을 거쳐 신처럼 추앙받았던 뉴턴 역학 패러다임은 20세기 들어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한 상대론 패러다임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 역학 패러다임으로 대치됐다.

역사적 교훈을 볼 때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장착됐을 때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든 학문은 그 학문을 지탱하는 주류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현재 학제 간 연구, 융합 학문 등의 용어가 유행되며, 예를 들면 물리학과 경제학처럼 다른 영역의 학문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다.

그러나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좋은 성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다른 학문 영역의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이와 같이 미래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 사회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중요하며, 미래학자들이 갖고 있는 패러다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미래 예측을 할 사람은 먼저 자신만의 패러다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2050 미래계획은 5~15년의 계획을 세웠던 도시계획 전문가나 경제발전 기획 전문가들로는 불가능하다. 30년 이후의 미래계획은 5~15년의 기간을 길게 연장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시작부터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나는 미래예측을 크게 10가지를 기반으로 한다. 접근 방식 측면에서는 ①현상만 보지 말고 구조를 봐라 ②구체적인 사실(fact)과 숫자(score)의 분석이나 설명을 중심으로 보지 말고, 원자료 중심으로 봐라 ③변하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변화를 봐라, 사고체계 측면에서는 ④다양한 가능성(시나리오)을 고려하라 ⑤인과적으로 보지 말고 순환적으로 생각하라(시스템 사고) ⑥한 방향으로 보지 말고 양방향으로 봐라 ⑦환원주의적으로 보지 말고 복잡계적으로 봐라, 끝으로 배경 이해 측면에서는 ⑧현재의 사건을 과거 역사로부터 유추해 미래로 확대하라 ⑨과학의 생태계를 이해하라 ⑩경제의 생태계를 이해하라 등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미래 사고 틀을 기반으로 2050년 인천의 미래를 상상하기를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