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파열음이 계속됐던 국회가 결국 멈춰 섰다. 예산심사 종료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각자의 논리만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만 3세에서 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남은 정기국회와 연말 정국도 순탄치 않다.

 여당은 헌법이 정한대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상임위원회가 들러리가 됐다며 맞서는 형국이다. 양측이 타협의 정치를 보여 주지 못할 경우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비난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국고에서 직접 지원하지 않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직접이냐, 간접이냐 방법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국고에서 나가는 건 마찬가지다. 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은 결국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논란을 비켜가기 위한 새누리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보인다.

여당이 국고 우회 지원금 규모를 교육부와 야당이 요청한 5천233억 원에서 한참 모자란 2천억 원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국고지원금 액수는 상임위에서 정하지 않고 바로 예결특위에서 정하자는 것도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이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야당 의원이어서 상임위에서의 논의가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야당도 명분이 약한 싸움을 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여야가 의견을 좁혀 가는 가운데 새정치연합이 돌연 여당에서 합의를 번복했다며 전체 국회 상임위 일정을 거부한 것도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0일 여야 간사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합의한 누리과정 국고 지원 방안이 뒤집힌 데 이어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도 여당 교문위원들이 또다시 번복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물론 전자의 경우는 여당 간사도 인정한 것인 만큼 사실에 부합하지만, 두 번째 번복 주장은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부분이다. 따라서 전체 상임위 보이콧은 예산심사에서 손익계산을 했을때 누리과정에서 많이 얻지 못할 것을 우려해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개정 국회법에 따라 이달 말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12월 1일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여야가 충실한 심의로 예산안 처리 시한 12월 2일을 지키려면 일분일초도 허투루 할 여유가 없다. 지금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국민과 약속한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지켜 국민들께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는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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