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8일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서울을 뺀 다른 광역시는 구청장·군수를 직선으로 뽑지 말고 광역시장이 임명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안이 발표되자 자치구와 기초의회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그동안 폐지론이 대두될 때마다 ‘지방자치’를 내세운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됐으나 시민들의 불신과 무관심에 따른 무용론, 행정력 낭비라는 여론은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20년을 넘긴 이 시점에 기초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예산 낭비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국회의원 심부름꾼 역할이나 하는 의원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단체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기초단체장 6명 중 1명이 각종 비리로 중간에 쫓겨난 데서도 드러난다. 당초에는 무보수 명예직이던 기초의원들이 지금은 평균 3천~4천만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관광성 해외연수에다 각종 이권 개입 등 비리의 주역으로 수시로 언론에 등장하면서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도 지방의회 무용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자치구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놓고 정부와 학자 등이 내세우던 이유는 행정 비효율과 기초의회 운영에 드는 행정비용 과다이다.

사실 서울과 광역시 기초의회는 행정 감시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의회를 폐지하면 기초의원이 수백 명이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예산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인 대도시에서 굳이 구·군마다 단체장을 뽑아 각각의 행정을 펴는 것은 행정 효율성을 해칠 뿐 아니라 같은 시민들 사이에 행정 서비스의 차별을 가져오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지역 내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 발전을 도모해야 할 기초의원은 주민들이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기초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주민들과 기초의회 간의 간격을 좁히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동안 지방자치제의 문제점이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할 것은 과감히 고쳐 우리 실정에 맞는 지방자치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에서 처리를 하지 못한다면 기초의회의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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