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수동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어느덧 금년도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항상 무겁고 착잡한 것인데 금년은 더욱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투자와 소비 침체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증세와 함께 실물부문에서도 부진해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년 전 일본이 장기 침체에 들어간 상황과 비슷하다고 한다.

대외적으로는 엔화 폭락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언젠가 가시화될 것이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문에서도 그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장치산업이 한계에 직면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조선, 철강, 자동차산업 등 한국의 대표 산업은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과 공급 과잉 우려가 겹쳐 기업별 인원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음이다.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한은 총재는 “한국 경제 성장세 둔화가 눈에 띄고 국내 요인을 봐도 상당히 부진하다”며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경기순환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 탓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으면 저성장·저물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경제위기는 유가 급등,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로 나라 밖 요인에 의해 촉발됐지만 지금의 위기는 다분히 내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전의 위기는 강력한 외부 충격으로 자각 증세가 뚜렷했던 반면, 지금은 구조적 문제로 침체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불안정한 세계 경제, 촘촘히 짜인 규제, 양산되는 반시장 법안, 만연한 반기업 정서 등 국내외 경영환경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기업의 성장엔진을 식히고 있다.

한편, 기업활동을 둘러싼 수많은 규제와 함께 OECD국가 가운데 반기업 정서가 가장 심한 곳이 우리나라라고 한다. 새 정부 첫해에 세무조사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지금은 세월호에다 땅콩 회항까지 겹쳐 반기업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잘못 이해하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으면 이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명분으로 삼는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이 맞아야 하지만 구속된 대기업 오너의 선처 문제는 재벌 특혜로 인식되고, 투자 촉진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사면론은 공허한 외침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기업과 기업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무상복지 같은 이슈로 허비하고 19대 국회 개원 이래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경제법안 중 64.4%가 반시장적 법안이라고 하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결단하지 않으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청년실업의 이 참상도 해결할 수 없다. 기업가정신은 도전정신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려는 기업가정신은 자유시장경제의 원동력이다. 우리 사회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탄생한 스타 기업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는지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기업들의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위기를 앞장서 돌파한 건 기업인이다.

어느 ‘시장경제 인식도’ 조사에서 ‘기업 목적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59.5%가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고 원로 경제학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기업과 자선단체를 혼동하는 인식체계를 볼 수 있는가’하고 개탄했다고 한다.

 기업가의 이윤 추구활동을 탐욕스러운 것으로 보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기업 의욕을 꺾고 있는 한 블루오션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의 회복 없이는 경제 부흥을 기대할 수 없다. 기업 투자 없이는 좋은 일자리도 없고 청년의 희망을 꽃피울 터전도 만들 수 없다. 기업가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합당한 대우가 경제 발전의 전제조건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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