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의 ‘청마(靑馬)의 해’ 갑오년이 저물고 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시작한 말해의 출발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끝자락이라니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인 것 같다.

 2014년 올해는 유난히도 힘들고 서민들이 많이 울었던 해이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의례적 표현으로 넘기기엔 너무도 엄청난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10명의 대학생이 목숨을 잃었고, 사망 295명·실종 9명의 세월호 대참사로 국민들 모두 충격에 빠진 것은 물론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를 비롯한 관료들의 부패가 불거졌다.

세월호 충격이 가시기 전에 전남 장성요양원 화재로 21명이,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뿐인가.

 6월에는 임 병장·윤 일병 사건이 터지더니 9월 증평군 소재 공수특전여단 훈련 중 부사관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이어졌다.

안전불감 논란 속에서 10월에는 판교테크노밸리축제 환풍구 추락사고로 시민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지난 몇 달은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나라가 들썩였다. 오죽했으면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뽑았을까?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으로, 각종 사건·사고를 대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를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는 상황에 빗댔음이다. 이 고사성어가 생긴 이래 올해 우리 사회만큼 맞아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올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슬프고 불행했던 기억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해야 하지만, 을미년 새 희망을 노래하기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어둠이 너무 짙다.

 새해를 맞아 꼭 한마디해야 한다면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들, 2014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 눈물겨운 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을미년에는 더욱 굳게 연대해 우리 삶을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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