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때면 각 분야에서 함축과 비유가 담긴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쏟아낸다. 네 글자의 한자(漢字)에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상 등을 담아낸 사자성어는 교수신문이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발표하면서 각계에서도 앞다퉈 나름의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교수사회가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내놓은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올 한 해는 온갖 거짓이 진실인 양 우리 사회를 강타해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馬)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선택했다고 한다. 세월호로 대표되는 2014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속살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자성어라는 평이다.

올 한 해는 국민 대부분이 웃을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바쁘고, 힘들고, 고달픈 그러면서도 그다지 큰 성과도 얻지 못한 힘든 1년이었다.

 이를 나타내듯 한숨만 나오는 사자성어 일색이다. 구직자 및 직장인들은 ‘몹시 고되고 힘들었다’는 간난신고(艱難辛苦)와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는 노이무공(勞而無功)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인들은 어떨까. 그들은 올해 경영환경과 관련한 사자성어로 ‘기운이 없어지고 맥이 풀린다’는 기진맥진(氣盡脈盡)과 ‘마음과 몸을 수고롭게 하고 애쓴다’는 천신만고(千辛萬苦)를 선택했다. 답답한 마음의 표현이지만 그렇다고 내년 역시 밝지 않다.

중소기업인들은 2015년 사자성어로 ‘필사즉생(必死卽生)’을 택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전투에 나가기 앞서 군사들에게 던진 임전훈(臨戰訓)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중소기업인들의 처절함이 묻어난다.

인천시는 아직 내년도 사자성어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경제 침체와 최악의 재정난 등으로 2015년이 그리 반갑지 않다.

 그렇다고 희망까지 버릴 이유는 없다. 인천은 올해 ‘이해(利害)와 어려움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사자성어를 선정해 온 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배를 타고 건너듯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내년 역시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역경을 견뎌내고 힘이 될 수 있는 사자성어를 시가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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