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추시대 말엽 노나라 때 얘기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여행을 하다 태산 근처에 이르렀을 때, 어느 무덤가 앞에서 한 여인이 구슬프게 곡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상히 여긴 공자 일행이 사연을 알아보니 이랬다고 한다. 그 여인이 사는 곳에는 호랑이가 자주 출몰해 시아버지가 물려 죽은 데 이어 남편과 자식들까지 물려 죽었다는 것이다.

공자는 왜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떠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 여인의 답이 기가 찼다. 그 여인은 “이곳에서 언제 호랑이한테 물려 죽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여기는 가혹한 세금에 시달릴 걱정이 없잖아요”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가혹(苛酷)한 정치(政治)는 호랑이보다 더 사나운 것”이라고 제자들에게 씁쓸하게 말하고 돌아섰다고 한다. 이렇게 유래된 고사성어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다. 가혹한 정치 상황을 빗댈 때 흔히들 사용하는 고사성어다.

최근 서울과 인천에서 잇따른 재판 결과를 보면 정치는 정치인이 아닌 수요자의 이익에 맞춰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법원은 OCI와 DCRE가 제기한 5천억 원 가까운 세금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의 인천시 조치는 가혹했을 만하다. 세금 부과가 결정된 후 시는 회사 측 토지를 압류한 것도 모자라 거래통장까지 압류하며 기업 활동의 숨을 졸랐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 법무담당 임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으나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 또 당시 관할한 남구청 직원은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이러는 사이 감사원은 DCRE에 대한 취·등록세 추징을 모범 사례로 선정했고, 인천시는 승진잔치를 벌였다. 최종심까지 지켜봐야 하겠으나 1심 결과만 놓고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슴을 칠 일이다.

한때 인천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인천을 떠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하소연이 많이 들렸다. 기업인들이 인천을 떠나면 인천경제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고 기업인들에게 정당한 세금 부과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정치가 무서운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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