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을 묻는 난센스 퀴즈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적어도 ‘갱’상도 출신이라면 어렵지 않게 질문자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지만 타 지방 출신들은 ‘답’을 떠올리기가 여의치 않았다. 지금은 누구나 알다시피 주원료가 밀가‘루’냐, 밀가‘리’냐의 차이였다.

이 퀴즈는 연상작용을 일으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봉투’에 담으면 밀가루, ‘봉다리’에 담으면 밀가리, ‘침’을 발라서 붙이면 봉투, ‘춤’을 발라서 붙이면 봉다리, ‘혓바닥’에 묻어 있으면 침, ‘쌔빠닥’에 묻어 있으면 춤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 국수가 회자되면서 정치 쟁점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은 ‘불어 터진’이라는 꾸밈말을 붙여 비유적으로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불어 터진 국수’에 비유하며 법안 처리를 반대해 온 야당을 에둘러 겨냥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퉁퉁 불어 터진 국수(법안 처리 지연)를 먹고도 경제가 꿈틀거리는데 제때 먹였다면 경제가 얼마나 활성화했겠느냐는 거다.

 이는 국회가 경기 부양의 걸림돌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발언이다. 덧붙여 박 대통령은 야당이 2월 국회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이른바 ‘경제활성화 11개 법안’의 통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즉각 발끈했다. 최근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이유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지 부동산 3법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불어 터진 국수’를 먹어서 힘이 난 게 아니라는 거다.

서민들은 때아닌 국수 논쟁이 낯설기만 하다. 불어 터져도 국수는 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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