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천광역시 서구가 인구 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인천에서는 부평구와 남동구에 이어 3번째이고 전국 광역시 49개 자치구 중에는 4번째, 서울특별시를 포함하면 9번째의 기록입니다. 관련해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경인방송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에서 엊그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강범석 서구청장과 10여 분간 말씀을 나눴습니다. 많은 축하를 받아 기쁘고 구민들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로 말문을 연 강 구청장은 섬겨야 할 가족들이 더 는 것이기에 더 큰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기업하기 좋은 곳, 좋은 일자리가 많은 곳, 아이 키우기 좋은 곳으로 서구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인터뷰 중 흥미를 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구민이 빠르게 늘면서 더 많은 구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는 제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서구의 공무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진정한 소통이 되면 풀리지 않을 것이 없습니다.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말로 전달하는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합니다.

공무원 여러분이 구민들을 대할 때 표정, 몸짓, 태도 등등의 요소들이 참된 소통을 위한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한때 연구하고 공부했던 분야라는 강 구청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떡여졌습니다.

사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매우 미약한 존재입니다. 후각, 청각, 시각 등 모든 감각 부분에서 동물과 비교해 뛰어난 부분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후각은 개보다 못하고 시각은 독수리보다 못합니다. 이러한 여러 약점들을 자신의 경험으로 축적된 지식으로 채워 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경험했던 자신의 기억이 덧붙여져 소통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의미’가 전달되는 과정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그렇다면 각자가 생각하는 대상의 ‘의미’가 다 같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각자의 경험에 따라 기억하고 있는 혹은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학교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기분 좋은 장소로 인식되는가 하면, 학교폭력이나 불쾌한 기억이 있는 사람은 끔찍한 장소로 기억됩니다.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은 엄청 납니다. 그 많은 정보를 모두 다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같은 드라마를 동시에 시청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 특정한 장면에서 가족들이 각자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다 같을까요? 남편은 남자 주인공의 대사를 기억한다면 아내는 여 주인공이 들고 있는 가방에 시선을 빼앗겼을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자녀들은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한 아이돌 스타의 외모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관심사 이외에 다른 사람이 눈여겨본 것은 대부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소통의 가장 기본적 형태인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많은 말을 나눴어도 지칭하는 대상에 대한 인식이 서로 확연히 다르다면 당연히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각자의 경험이 다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정한 소통은 정말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비언어적 요소의 적절한 활용입니다. 언어적 요소보다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2배 이상 큽니다.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대할 때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안색을 살피고 목소리, 태도 등을 살피게 됩니다. 비언어적 요소가 올바른 소통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소통을 원하십니까? 여러분의 표정을 점검하십시오. 혹시 인상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표정으로 상대방을 대한 것은 아닌지. 다음으로는 목소리를 살펴보십시오. 혹시 뾰족하지는 않은지, 지나치게 차갑지는 않은지. 상대방에 대한 태도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팔짱을 끼고 있다든지 뒷짐을 지고 있다든지 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걸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가족과 함께 영화나 TV를 보고 나서 특정한 장면에 대한 기억이 각자 어떤지 비교해 보고 그것을 토대로 바른 소통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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