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떼어 버리고 돌아선 어머니는 걸음마다 피를 쏟으며 걷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어머니가 자식을 떼어 놓는 일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비유적으로 이르고 있다.

어머니! 수십만, 수백만 번을 불러도 가슴 한편에 찡한 울림을 주는 참으로 위대한 이름이다. 언제나 부족하고 연약한 자식을 품어 주고 업어 주며 기둥이 돼 헌신하시는 숭고한 사랑의 대명사이며 세상의 빛이다. 그 어머니에게 아이는 신이 주신 가장 큰 축복이기 때문에 무조건 바치는 사랑이 끝을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그 숭고함을 저버린 어머니들이 빚어 내는 ‘비정한 모정’ 세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아무리 골머리를 싸매도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빚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그랬어요.”, “저는 죽지 못한 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아이에게는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18일 새벽 1시 25분께 파주지역 한 모텔에서 일곱 살 난 딸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30대 어머니의 씁쓸한 읊조림이다.

별거 중인 남편이 집안을 돌보지 않은 탓에 어려운 형편 속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빚까지 내며 간신히 버텨 왔단다. 한 푼, 두 푼 늘어난 사채 빚이 1천500만 원을 넘어섰고 도저히 이를 갚을 형편이 안 되는 바람에 결국 어린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고 이처럼 극단적 일을 벌였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또한 이달 초 충남 아산에서는 남편과 별거 중인 상태에서 내연남과 지내면서 낳은 생후 1주일가량 된 딸을 역시 생활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동네 야산에 암매장했던 30대 여성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더욱이 문제의 여성은 지난해에는 돌이 채 안 된 아들까지 같은 수법으로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저 가슴이 먹먹해지고 옥죄기만 하는 딱한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우주의 가장 거대한 힘의 작용도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사랑은 갈라놓을 수 없다고 하는데 요즈음 우리네 어머니들이 도대체 왜 이럴까? ‘돈’ 문제 때문이라는 비정한 모정들의 변명이 조금도 서글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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